독자기고 - 가벼운 세상, 가벼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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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가벼운 세상, 가벼운 생각
  • 장강뉴스
  • 승인 2017.12.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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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장흥보건소 건강증진담당)
▲ 김금 계장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보이는 것이 바뀐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짚어 생각해보면 그것을 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일 수도 있다.
강산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도 그 강과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무거운 것이 좋았다면 지금은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그 대표적이다. 겹겹이 두르고 뚱뚱한 여자가 반대로 가고 있다. 모든 것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처럼 여성들이 요즈음 살을 빼는데 투자를 한다.
우리가 쓰는 가전제품 역시 예전에는 중후한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였다면 지금은 가볍고 날씬한 제품을 선호한다. 그것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택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점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겹겹이 두른 정장 차림을 선호하였다면 지금은 가벼운 스타일의 옷차림이 유행이고 또 그에 따른 관점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보면 계절에 관계없이 옷차림새가 점차 가벼워지고 있음이 눈에 띈다.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들이 가벼워지는데 비례해 우리의 생각도 점차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삶의 근본에 대한 성찰이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것에 비중을 뒀다면 지금은 밀란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존재 자체가 가벼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학생만 돼도 제법 어른 티가 나고 생각도 깊고 무거웠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도 가벼운 느낌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보니 정신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생각이 가볍다는 것은 행동이 가벼워짐을 의미한다. 행동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말을 가볍게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솔한 대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온통 가벼운 대화가 주를 이룬다.
키프카의 소설 ‘변신’은 일상생활 속에서 신변잡기, 가벼운 대화 속에서 점차 단정돼가는 인간관계, 극단적으로 그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존재의 상실인 셈이다.
얼마 전 TV에서 친정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몇 년 동안 바깥생활과 단절하고 집안에서만 지낸 딸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다. 당연해야 할 이야기가 방송을 타는 것은 그만큼 효와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진솔한 인간관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것도 가벼운 대화속에 실종돼 가는 끈적끈적한 인간관계에 대한 갈구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가벼워지는 인간관계의 극단적인 모습은 가족관계에도 드러난다. 공동체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족에서조차 피상적인 관계 겉도는 대화가 중심이 된다면 이 세상은 그 얼마나 팍팍할 것인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 가벼워지더라도 적어도 가족의 관계만큼은 진중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손편지에 담아 가족에게 전달해 본다면 느슨해진 가족공동체는 쉽게 복원될 것이다.
오늘 당장 가족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난 김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자. 그래서 관계의 회복이 느껴진다면 그것을 친구나 지인으로 확대해 보자. 각자의 노력이 하나 둘씩 모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살맛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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