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해돋이
바다 밑에서
누군가가
해를 던져 올리는 걸 지켜보려고
경향각지
호기심 많은 길들이
먼 걸음을 하는 걸 말릴 수가 없다
바다 밑에서 해를 던져 올리는 이는
포환 선수일 수도 있고
포환 선수가 아닐 수도 있다
뜨거운 해를 집어 던져 올리다가
손을 데이기에
손을 데이지 않으려고
장갑을 낄 것이다
바다 밑에 있으면
해도 식기 마련인데
해가 식지 않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날마다
누군가가 던져 올려
반대편 바다에 떨어진 해를
누군가가
다시 던져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밤새
누군가가
반대편 바다에 떨어진 해를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고
바다가
아랫도리에 힘을 줘 낳은
새로운 해를
누군가가 다시 던져 올릴 수도 있다
바다 밑에서
누군가가
해를 던져 올리는 걸 지켜보려고
경향각지
다재다능한 길들이
먼 걸음을 하는 걸 말릴 수가 없다

약력 : 1955년 전남 강진 출생. 199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까마귀』 외 다수.
현 계간문예지 《물과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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