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수국이 피었습니다
어제는 집이었는데
오늘은 공터다
무너지는 건 쉽다
재활용하지 않을 때는
부, 순, 다
고장 난 의자를 분해한다
이거 비싼 의자네
뒤로 젖힐 수도 있어
튼튼해
앉은 자리를 떼어내고
합판을 얹는다
의자에 앉은 너는 흔들거린다
너의 부재를 상상하면
공터가 떠올랐다
떨어진 한 장 장미꽃잎으로라도
있었으면,
있었으면 싶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헤어짐이 아니라
사라짐
집이 있던 자리엔
옆집 에어컨 실외기만 남아있다
실외기 전선 그림자는 자전거가 되었다
그림자 자전거는 빵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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