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아버지의 벼베기
온 가족이 벼 베기 하러 갈 때는 아버지도 함께였다
어머니는 여덟 줄, 아버지는 넉 줄, 어린 우리는 세 줄이나 네 줄을 맡아서 베어가면 아버지만 뒤로 쳐졌다
낫질 한 번 하고 허리 한 번 펴고 낫 질 세 번엔 담배 한 대를 꼬나물었다
담뱃불이 꺼지기 전에 새 담배를 이어 붙이고 새참 때만 지나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아버지 낫을 먼저 갈고 번갈아 낫 하나씩 쉬게 해 가며 낫을 갈았지만 아버지가 간 낫은 날이 넘었다
어두워져 자식들이 제 몸뚱이 보다 큰 나락짐을 져 나를 때면 아버지는 앓는 소리를 하며 지고 나르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이는 방바닥을 지고 있었다
마당에 널어놓은 나락 덕석도 만지는 법 없이 틈만 나면 구들을 지고 집을 지켰다
아버지는 그 무거운 짐을 끝까지 부려 놓지 않고 종갓집을 평생 지다 선산을 짊어지러 무덤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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