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마지막 어머니의 말,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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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마지막 어머니의 말,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
  • 장강뉴스
  • 승인 2020.06.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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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논설위원)

어머님 은혜는 생전에 다 갚지 못한다. 자식 위해서 죽어가면서도 어머니의 마지막 말,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

최일중
최일중

어느 초등학교 글짓기 발표시간에 제목은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아이의 발표에 선생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아이는 부모의 이혼 가정, 형편도 어려워서 보육원에 있는데 선생님은 그 아이의 사정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음을 원망하며 초조하게 지켜봤다. 『우리 엄마의 직업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많아 빨래와 청소 설거지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바쁘시지만 우리가 잠잘 때 “잘 자라, 사랑한다”고 항상 말씀해주십니다.

그래선 저는 엄마가 참 좋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평범한 발표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하시는데 재네 집에 형제가 많나봐” 하지만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

그 엄마는 보육원의 보모였는데, 그 아이는 보육원에 살면서 따뜻한 사랑에 감동하여 감사의 맘을 전했던 것이다.

지난해 말 어머니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듈러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의 이야기다. 과거 절도 등 범죄로 형사 처벌받은 아들인데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않고 잦은 음주를 한다는 어머니의 꾸중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사건 당일, 아들은 어머니의 잔소리에 격분해 흉기로 어머니를 살해했다. 그때 아들의 흉기에 찔러 의식을 잃고 쓰러져가면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마직막 말을 외쳤다.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 였다.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 인간이길 포기한 듯한 살인자였지만 그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아들, 자식이었던 것이다. 결국, 어머니를 살해한 30대 아들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이처럼 조건 없는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마음의 한쪽이 크게 아려오는 것은 나 자신뿐일까.

자신들을 따사롭게 보듬어 주며 잠자는 순간까지 자상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보모, 어머니 또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그저 아들에 대한 참된 사랑을 거둬들이지 못한 어머니의 진정한 사랑의 이야기다.

한편, 부모님과 두 딸이 살고 있었는데 목사님이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이제 홀어머니를 모시고 세 명이 살게 되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빈자리가 너무 컸으리라. 그런데 두 딸은 성인 이 되어 결혼하여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딸들은 서로 주저 없이 자신들은 결혼하여 따로 살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평생 살기로 하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님 사랑을 받아 자란 딸들이 홀어머니를 지키고 동행하며 그 가족을 지탱해 가는 모습이다.

요즈음 가족 관련 사연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소식이 너무 많다.

의붓아버지의 신체적 성적 확대속에 친어머니까지 확대하여 기댈 곳이 없던 12살 여중생 살해 사건, 딸 실종 20년을 맞아 아빠만 살아서 미안해 하는 사연, 아빠 사형시켜달라는 딸들의 청원, 그리고 억대 보험금 노린 배우자 살해, 빚 많은 일가족의 자살, 조현병을 앓는 50대가 돌보러 온 친누나를 살해한 사건, 등 너무 놀라운 소식들이다.

뿐 만 아니라 가족 없이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지난해 2,500여명, 최근 5년간 약 2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실태는 세월호, 충북 제천화재 등의 각종 사고, 생명의 경시, 경제적 어려움, 여기에 증가하는 이혼(지난해 10만9000천, 1년전보다 2.5% 증가)등이 맞물려 비롯된 가족 해체가 낳은 우리 시대의 민낯이다.

가정은 생명의 보금자리이고 누구나 태어나면 속하게 된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족이며 최초로 이루는 사랑의 공동체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중 나와 반기며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멀리까지 진심으로 배웅해 주는 사람은 바로 가족이다.

내가 찾아뵙고 떠나올 때면 먼발치의 창문에서 차가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신 어머니들이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소망을 물으면 대부분 ‘가족끼리 맛있는 식사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고 답한다.

이렇듯 가족은 마지막까지 서로 사랑의 나눔을 원한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는 말처럼 가정은 인생 최고의 행복의 요람이며 울타리다.

사실 하찮은 것이 훗날 좋은 작품이 되고 귀한 것이 후엔 하찮은 것이 되기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값진 작품은 가족들과 함께 살아온 삶의 시간들이 아닐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지만 우린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족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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