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김현철 작천면사무소 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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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현철 작천면사무소 부면장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5.05.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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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내재 왕벚나무

▲ 김현철 강진군 작천면사무소 부면장
까치내재는 강진군 작천면 소재지에서 군동면 금곡사로 넘어가는 829번 지방도에 있는 고갯길 이름이다. 왕벚나무 가로수가 4월의 화려했던 꽃잎은 지고 육중한 터널 숲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보통 길게 늘어선 벚꽃길을 통칭하여 십 리 벚꽃길이라 말들을 한다. 삼십 리는 될 듯한 벚꽃길이 급한경사를 따라 꼬불꼬불 S라인을 그리며 이어지는데 보통 꽃길이 아니다.
까치내재를 기준으로 남?북 경사면의 꽃피는 시기가 다른덕에 강진에서의 벚꽃놀이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꽤 길다. 바다로 뻗은 남쪽사면에 꽃이 만개할 때 고개 너머 북쪽 사면으로 이어진 길은 서서히 봄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와 꽃이 만나는 전망이 좋은 남쪽 길도 좋거니와 멀리 월출산이 겹쳐 보이는 북쪽 길의 벚꽃도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벚나무 숲길은 1992년을 전?후해서 공무원들이 삽과 괭이로 직접 심어 푯말을 달고 물과 비료를 주고 정성들여 가꾸면서 가로숫길이 최초 조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후로 말라죽은 나무를 다시 심고, 교통사고 피해목을 보식하고 병해충방제를 지속해서 실시하는 등 관리와 노력으로 지금의 길이 완성되었고 현재도 결주구간 보식, 가지치기 등 명품 길을 유지하기 위하여 관리는 계속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4월이 되면 금곡사 입구에서 자연스럽게 작은 축제와 음악회가 열리고 벌이 꽃을 찾아 날아오듯 몰려드는 인파로 주변의 교통이 마비된다. 꽃이 지고 나뭇잎이 무성해지면 터널 숲을 전국의 마라톤과 사이클 애호가들이 누비고 다닌다. 무성한 가로숫길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햇볕차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처진 가지로 인한 차량파손 손해배상 청구 사건과 가벼운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벚나무는 왕벚, 산벚, 겹벚나무 등 크게 3종류로 구분한다. 왕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서 키가 15m에 달하며 꽃은 4월경에 잎보다 먼저 피고 백색 또는 연한 홍색을 띤다. 지형이 높은 곳에 자라는 산벚나무와 그보다 낮은 곳에 자라는 올벚나무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란 설도 있으나, 제주도와 전라남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때 일본의 나라꽃이라 하여 베어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으나 일본에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없다고 한다. 순수한 우리나라의 특산종으로서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왕벚나무가 도입되어 가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벚나무는 왕벚나무와 형태,생태환경은 비슷하나 나무껍질이 붉은색 빛을 띠고 꽃과 잎이 동시에 피는 것이 특징이다. 왕벚나무꽃이 진 후 중간중간에 겹벚나무가 꽃을 피운다. 최초에 나무를 매입하면서 수목 납품자가 수종을 잘못 납품한 것으로 보인다. 잎이 지면 나무줄기만 가지고는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 산벚나무를 개량해 만든 품종으로 흰색이 섞인 분홍색 꽃이 겹꽃으로 피고 씨방과 꽃잎이 변해 꽃이 되기 때문에 열매는 맺지 못한다고 한다. 꽃은 갈수록 짙은 분홍색으로 변해 절정기에 달하면 나무 전체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왕벚나무꽃이진 후 색깔이 화려하게 핌으로 일정 구간을 정하여 집단으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것으로 생각한다.

꽃이 가장 화려한 공원 건너편에 금곡사가 조용히 자리 잡고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입구에는 양쪽에 커다란 바위로 닭이 싸우는 듯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쟁계암(爭鷄岩)이란 이름이다. 금곡사는 보은산 자락에 놓여있는 오래된 고찰로 풍광이 아름다워 김삿갓을 비롯한 시인 묵객이 많이 머물렀던 곳으로 시비가 여기저기 들어 서 있다.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일주문처럼 놓여있고 그사이를 통과해서 들어가면 금곡사 앞마당에 닿게 된다. 태고종에 속한 사찰로서 신라 선덕여왕 때 승려 밀봉에 의해 '성문사(城門寺)'로 창건되었다 전한다. 창건부터 조선시대까지 흘러온 역사를 남기고 있지 않아 다소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사찰이다. 임진왜란으로 전소한 후에 오랫동안 불사가 끊겼다가 광복 이후 불당과 요사를 다시 건립하면서 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마당에는 세월의 무게를 끌어안고 남아있는 삼층석탑(보물 제829호) 한 기가 있고 뒤로는 주불전인 대웅전과 양쪽으로 요사(寮舍)와 당우(堂宇)들이 새롭게 들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다소 퇴색한 느낌이다. 입구에서 우측으로 바위를 따라 올라가면 보은산 우두봉으로 가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출입 흔적이 거의 없고 산악회 표지기가 가끔 눈에 띈다. 이정표가 있지만 아는 사람만 다닌다. 제법 거친 바윗길을 지나 취나물, 고사리를 뜯으면서 쉬엄쉬엄 2시간을 걸어가면 보은산 정상(우두봉)에 올라갈 수 있다. 산세가 부드럽고 산자락에 V-랜드와 영랑 생가, O₂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보리가 익기전 좋아하는 분들과 역사기행을 겸한 산행을 한 다음 마량항의 맛깔스러운 젓갈을 곁들인 횟감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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