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전통문화와 효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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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전통문화와 효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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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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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장강신문 논설위원
▲ 최일중 논설위원

전통이란 한 집단이나 겨레의 역사속에 하나로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적인 맥락을 말한다. 전통은 인습과는 다르다. 인습에 새로운 역사를 이룩해가는 과정에서 마땅히 버려져야 할 찌꺼기라면 전통은 오히려 새 역사 창조에 없어서는 안될 씨앗이요, 밑거름이다. 따라서 전통문화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옛날의 문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옛 것 중에서 오늘에 되살릴 만한 가치 있는 문화적, 정신적 바탕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개화 이후 우리는 이 전통과 인습을 혼동한 나머지 옛 것은 모두 낡은 인습이라고 싸잡아 천대하고 그 반면에 새로운 것 특히 서구적인 것은 모두 훌륭한 것으로만 여겨 다투어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낡은 인습을 타파하려다가 아름다운 전통마저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오늘에 와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화라는 말은 그것이 뜻하는 범위가 넓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창조하는 모든 것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사람이 의식주의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물질적인 도구가 이에 포함된다.

이것은 문화가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속하게 전파되고 또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별로 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용기문화는 비록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간일지라도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이면 곧 수용되게 마련이다. 옛날 미국 대륙의 원주민들이 백인들과 싸울 대 그 백인들이 만든 총을 구해가지고 그들에게 대항했던 것과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총은 바로 그들의 적인 백인들의 용기문화의 소산이었다.

둘째는 규범문화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정신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인간생활에 질서를 유지시키는 모든 법률제도, 예의, 도덕같은 것이 이에 포함된다. 이것은 용기문화만큼 그렇게 빨리 전파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교류하면 수용이 가능하다.

현대국가들이 각종 사회적 규범들을 대개 비슷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셋째 관념문화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높은 수준의 정신문화로서 그 민족 고유의 언어사상, 종교신앙, 철학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 문화에는 그것을 지어낸 민족의 정서가 가장 진하게 깃들어 있어서 쉽게 다른 민족이 받아들여 동화시키기가 어렵고 또 민족의 노력에 따라서는 영원히 지켜나갈 수도 있다.

그런나 어떤 문화든지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으면 마치 물이 높은데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앞선 문화가 뒤진 문화를 흡수하게 마련이다. 특히 관념문화는 고도의 정신문화이기 때문에 이것이 다른 문화에 흡수 동화된다는 것은 곧 그 민족이 소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이 청제국을 세워 중원천하를 지배하던 만주족의 존재가 오늘날 사라진 예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예는 역사상에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상에서 내노라하며 큰소리를 치고 사는 민족은 모두 자기네의 전통문화를 잘 다름어 지켜온 민족들이다. 그러면 우리는 전통문화로서 오늘날 되살려 길이 지켜갈 만한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수많은 것이 있겠지만 부모를 섬기는 효사상이 으뜸이 아닐까 생각한다.

효도란 자기를 낳아준 제 부모를 극진히 섬기는 사람의 도리이다. 일상생활에서 정성껏 봉양하고 정신세계에서는 그 뜻을 이어가는 것으로 근본을 삼는다. 따라서 효도는 어버이 생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생명이 다하도록 계속해야 한다.

유교사상의 구축이라 할 오륜의 첫 번째에서 아비와 자식의 친함을 말하였고 또 유교에서는 이 효를 인간의 모든 행위의 근본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효사상이라 하면 중국의 유교사상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우리의 효사상이 유교의 영향을 방아 더욱 다름어지고 특히 그 의식과 절차에 있어서 세련되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한국인이 지녀왔던 효사상은 유교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중국인이 생각하는 효는 유교에서 비록된 규범문화로서 그것이 곧 생활의 의식이요. 도덕이다. 그리고 일본인이 생각하는 효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자기를 낳고 키워 부모의 은공에 보답한다는 일종의 보은사상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에 있어서 효는 단순한 도덕적 생활규범이거나 부모에게서 받은 은혜를 되갚는다는 의리감정을 훨씬 넘어선 관념문화로서의 종교요 신앙으로 지켜져 왔다. 오늘날까지도 같은 동양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이웃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보다 우리 한국인에게 훨씬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서구사회는 동양의 사상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동양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 한국인에게 강하게 남아있는 부모와 노인과 조상을 섬기는 정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장래 뿐만 아니라 전 인류문화의 밝은 빛이 되어가고 우리 모두가 자손만대 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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