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숲속의 전남 다짐대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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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숲속의 전남 다짐대회를 다녀와서
  • 장강뉴스
  • 승인 2018.02.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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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방선(해양산림과 산림경영팀장)
▲ 송방선 팀장

지난해 12월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에서 2018 숲속의 전남 다짐대회가 개최됐다. 이와 함께 2017년도 우수 시·군 시상식도 열렸다. 자랑스럽게 우리 강진군이 영예로운 대상 수상과 함께 거액의 상금도 받았다. ‘숲속의 전남만들기’는 민선 6기 전라남도 역점추진사업으로 해마다 천만 그루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해 10년 동안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도록 계획하고 있다.

우리 군은 2017년 49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지난해 연초부터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 작업복차림으로 얼굴이 새까맣게 타가면서 나무 심는데 전념했다. 그 결과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와 같이 했던 모든 동료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해양산림과에 근무한지 벌써 6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나에게 제일 많이 걸려오는 전화는“우리 집 뒤에 나무좀 베어주세요”라는 전화다. 가장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 있다. 낙엽이 떨어져 귀찮고 나뭇가지가 부러져 떨어질까 불안해서라며 나무를 베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약 5년 전 2012년 8월29일 새벽 태풍 ‘볼라벤’을 기억해 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우리 강진을 무지막지하게 강타하며 지나갔다. 그야말로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쑥대밭이 됐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아래 피해 응급복구는 거의 늦가을까지 이어졌다. 태풍에 넘어진 생활주변의 나무들은 주로 마을 앞을 지키던 보호수와 노거수들이었다. 일부 가지가 떨어져 일부 기왓장이 깨지고 강판 지붕에 손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고 집들이 크게 파손되는 일도 없었다. 큰 나무 밑에 세워둔 농기계나 차량들에도 피해는 없었다. 어떻게 알고 거대한 수목들은 그 자리를 피해 땅으로 누웠다. 바람이 분다고 가지나 몸통이 급속히 넘어져 떨어지진 않는다. 보호수와 노거수들이 마냥 귀찮은 존재는 아니다.

지난해 강진지방정원조성 관련 해외 선진국 연수를 갔을 때 나라마다 지역마다 기상 등 각종 기후들은 다르겠지만 가는 곳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너무 많다할 정도로 서있고 주택과 가까이 가로수들이 4~5층집 이상 높이로 줄지어 서 있었다. 단 가로수는 어려서부터 전정 작업을 통해 잘 정리된 흔적이 보였다. 가로수가 가게 간판을 가려 손님이 덜 찾아오고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져 귀찮다고 생각한다면 선진외국이나 서울 등 대도시 거리와 비교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어떻게 선진국이나 서울 등 대도시들은 거대한 수목들을 그대로 존치하면서도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모여 사는지를 생각해 보면 꼭 없애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로수나 큰 나무들은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우리에게 이롭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을 가려 그늘을 제공해주고 공기를 맑게 해주며 요즘 흔히 나타나는 미세먼지를 감소시켜주는 등 여러 가지 우리생활에 좋은 혜택을 준다. 1년 중 며칠, 낙엽을 쓸고 줍는 시간을 할애하고 내 가게 간판이 가로수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기 전 내 집앞 가로수를 잘 가꾼다면 가게를 홍보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농촌의 미래는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이는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큰 자산이다.

서울 등 대도시 특히 신개발 도시는 건축과 함께 크고 보기 좋은 나무들을 구해서 심고 가꾸어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는데 많은 사업비를 투자하는 데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요즘은 외국여행이 일상화 되다보니 해외선진국에서 보고 느낀 결과가 아닐까 한다.

신개발도시 등 조경을 위해 필요한 큰 나무들은 모두 우리 농촌에서 올라가지만 사시사철 때를 가리지 않고 장비가 들어가는 곳이면 앞뒤보지 않고 파 올라가는 현실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내로 우리 농촌의 정서를 안고 있는 자연 발생적인 나무들이 다 베어지고 자꾸 외부로 반출된다면 우리주변에 수십 년 된 나무들이 모두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앞으로 우리 농촌에서 내 세울 것은 이곳저곳에 서 있는 거대한 수목들이다.

군에서 대형수목에 대한 외지 반출금지 조례 등을 제정하여 규제하기 이전에 군민 스스로 큰 나무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외지반출이나 수십 년 자란 거대한 수목들을 싹둑 베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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