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위연숙(장강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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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위연숙(장강뉴스 시민기자)
  • 장강뉴스
  • 승인 2017.07.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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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이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라도 좋고 남성이라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많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두 곳 한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이 되었을 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管鮑之交)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미워하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 만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道)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로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은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나만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 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랑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증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는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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