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황귀자(강진군 가업 2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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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황귀자(강진군 가업 2세 회원)
  • 장강뉴스
  • 승인 2017.07.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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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가업을 위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와서

▲ 황귀자
선진지 견학을 위한 일정이 나오고 나서 뉴스에서 태풍 난마돌이 제주도 먼 바다에서 올라온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했던 견학 일정이 취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업 2세 회원들은 무엇이라도 찾기 위해 일본을 향해 강진에서 출발했다.
어찌보면 스스로 기회를 찾은 건지. 그 많은 강진의 가업을 잇는 사람 가운데 가업 2세 모임에 참여한 것처럼 일본에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견학 일정 내내 행운처럼 폭우를 피해 견학을 다녔다. 1시간 10여분 비행기를 타고 내린 요나고 공항은 우리나라의 작은 공항 풍경이었다.
견학의 첫 출발지 유메미나토 타워를 거쳐 미즈키시게루 요괴로드로 향했다. 요괴로드라해 우리나라의 관광지처럼 생각했던 나의 인식은 다섯 발자국도 가기 전 깨졌다. 어릴 적 옆 동네 골목길처럼 예전부터 살아오던 그 집, 그 도로를 고치지 않고 요괴만화에 나온 등장인물들을 모나지 않게 녹여내었기 때문이다. 좁은 도로이지만 양옆에 위치한 상가에서도 가판 진열대 하나 없고 시끄럽게 호객행위도 하지 않아 조용히 길을 거닐며 여유를 즐겼다. 거리는 풀 한포기 하나 없이 깨끗하고 그 흔한 쓰레기통조차 없었다. 이게 일본의 원래 모습이라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이튿날은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어 견학오기 전부터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화과자 명소와 떡을 이용한 모찌샤브샤브 전문점에 들렀다. 일본의 3대 화과자 명소답게 143년째 다도의 전통과 엄선된 재료와 잘 다듬어진 색의 기법을 지켜가며 5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19개의 점포 운영하는 곳. 옛날 방식 그대로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화과자를 만든다. 10일에 한번씩 과자 형태가 바뀐다. 이 곳은 공예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5년, 10년 이상 된 경력자만이 만들 수 있어 인내를 갖고 작업자들을 키우는 노력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수 대 째 떡 장인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 깨, 쑥, 고추, 녹차 등 천연재료를 사용한 8가지 종류의 떡을 개발하고, 얇고 찰져 육수와 함께 먹으면 별미인 모찌 샤브샤브는 마로니에 열매로 만든 떡에 육수를 넣고 쪄먹는 일본 전통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시대에 맞춰 입맛도 변하는데 조금씩 맛에 변형을 주면서도 전통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그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오랫동안 가업을 이을 수 있었던 데에는 후손에게 경영보단 기술을, 지치지 않게 자신이 행복한 영업을 해야 가업을 꾸준히 이을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20세기 배 박물관도 견학했다. 중앙에는 1년 열리는 과수가 4천개라는 배나무가 화석처럼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도 익히 아는 품종도 있고 요즘 싱글족이 많아 과수의 크기를 많이 줄인 사과처럼 생긴 20세기 배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일본은 배를 이용해 식생활에 가까운 푸딩과 양갱, 과자를 만들어 어디서나 특산품을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오며 가며 버스에서 지켜 본 지금 현 시대의 일본 농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경작을 못해 중간 중간 비어있는 논의 모습, 허물어져가는 동네 속의 빈집을 보면서 이 모습이 내가 사는 강진의 10년 후의 모습일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이 조금 쓸쓸해졌다. 하지만 동네 특유의 테마를 발굴하고 개발하여 가꾼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고장 강진을 좀 더 관광지화하고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3박4일 동안 6시에 일어나 오후 5시 30분까지 꽉 꽉 채워진 일정이었지만 냄새 없는 수산시장, 맑은 물에 고기가 사는 집 앞 개울, 호호백발로도 행복하게 일하시는 어르신들, 관광지인데도 쓰레기와 음식냄새가 없는 점 등.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배우는 계기가 됐다. 지치지 않고 내 자신이 행복해야 가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음을 느꼈던 너무나 값진 선진지 견학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노력하신 가이드분과 일정 내내 야생마같은 우리 가업2세를 위해 고생하신 미래산업과의 4분께 너무나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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