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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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6
  • 장강뉴스
  • 승인 2024.12.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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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안녕

하늘과 헤어진 눈송이가 은총처럼 내리는데

너를 벗으면 세계가 지워질 것 같았지

손바닥을 보인다고 손바닥의 온도가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눈 내리는 날 겨우 나를 벗고

내 안의 미지로 들어가 본다

양말을 벗듯 얼굴을 벗을 수 있다면

안녕이라는 말이 물뿌리개와 헤어진 물방울 같을 거야

비자나무 가지 끝은 새 모양 같아

언젠가 문득 앉았다가 떠난 새를 몸에 새긴 거지

몸속에 새긴 새를 가지 끝마다 새기는 비자나무처럼

내 몸에 스민 네가 드러나려 할 때마다

점이 생기는 거 같아 투명한 마음이 인쇄한 얼굴에

먹물 한 방울 떨어진 것처럼

너는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아

이런 불치를 안고 가는 겨울

코끼리도 발톱을 깎아야 할까

코끼리 발바닥은 걸을 때마다 땅과 이별하고 그럴 때면

코끼리 발바닥에도 지구의 발자국이 찍힐 거야

네 마음이 커서 작은 마음의 나는

지구가 딛고 간 내 발바닥을 생각합니다

안녕이라는 말이 나를 떠날 때까지

눈물이 버린 내 몸을 오래 들여다보면

나는 눈물의 찌꺼기입니다

그러니 눈물의 활자로 기록된 책이 있다고

당신의 감정에서 출발하지 않을 때 봄이 시작된다고

어제와의 헤어짐이 오늘의 축복이듯

기쁨인 나여 안녕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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