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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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5
  • 장강뉴스
  • 승인 2024.12.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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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성탄

물 젖은 화장지처럼 구석에 눈이 쌓인다

육개장 뼈해장국 김치찌개 사이로 마른기침 같은 바람이 불고
다 울었다 싶었지만 남은 것이 있다 감출 것이 있다 옷깃을 여민다

미끄럽지 않아서 배반당한 것 같은 기분 위에
눈이 내리고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네게로 흐르는 마음을 잠그지 못하는 오늘은
속수무책 눈이 내리고 오늘은
고장 난 마음의 생일

까만 염소 등에 열리는 하얀 눈송이처럼
모래를 밟고 섰다가 까르르 쏟아내던 웃음처럼 우연처럼 축복처럼

산에는 눈이 쌓이고 산등에는 더 쌓이고

걸어다니는 산이 있다고
문득 산이 가까이 와서 음매하고 소리를 낼 때가 있다고

까만 염소의 순한 눈동자처럼 몸 비비는 마음이
오늘이라고
성탄이라고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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