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적명 -탐진시편14-
뼈가 자라는
붉은 강이 있다고 늙은 여자가 말했을 때
여자의 입은
알 낳기를 멈춘 닭똥구멍 같았고
만개한 꽃 같았고
눈동자는 허공이 되어 있었다
녹슨 호미 날 같은 손가락으로
노을을 끄집어 당기며
슬픔의 세월을 다 삶아야 노을처럼 울 수 있는 법이라고
사람은 평생을 살아도 제 눈으로 제 얼굴을 볼 수 없다고
여자는 모래알처럼 서걱거렸다
이룰 것이 죽음뿐이라는
여자의 말을 귓바퀴에 감으며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달개비 꽃이 피고
달개비 꽃이 지고
달의 수레바퀴가 또 덜커덩거리는 소리도 없이
강이 되어 흘렀다
붉은 강에서 뼈가 자라는 동안
나는 다시 이슬 같은 몇 번의 생을
나비 날개에 적셨고
늙은 여자는 바닥이 되어
붉은 강의 허물을 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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