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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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55
  • 장강뉴스
  • 승인 2024.04.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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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 - 구름 사냥꾼 3

바람이 무어라고 하는지 들리지?
바람이 외롭다고 하는구나
문자를 배우고부터 너무 많은 말을 잃어버린 나는
침 묻은 연필로
공책을 까맣게 메꾸어가고 있었다

눈을 뜨면서부터 아이들은
아주 작아지지
우주를 잊어버리고
눈앞의 사물에만 매달리지
그건 참 슬픈 일이야
전부를 보지 못 한다는 건
아무 것도 못 보는 거지
아버지가 눈으로 하는 말이
내 귀에 들려온 것은
몇 십 년이 지나서였다

눈이 침침해지니
먼 곳이 보이는구나
우주선처럼 둥근 아버지의 무덤 속
아버지가 구름을 만들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구름을 잡으려 하면 구름이 죽어
구름을 만들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사랑도 목숨도 놓아야 온다

아버지가 놓아준 구름이
봄비로 내리는 밤

먹구름 같은 돌은 
참 많은 귀를 가졌다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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