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힘든 일
‘노동자’라는 말에 절반가량이 거부감 표시
특성화고 재학생•여성 청소년일수록 부정적
장흥군 청소년 대다수가 ‘노동’에 대해 주로 돈을 벌기 위한 일이나 육체노동과 같이 사회적으로 비하적인 일을 주로 노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청소년 의식과 비교했을 때 관내 청소년 사이에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흥교육희망연대(대표 최경석)가 지난 2023년 하반기에 실시한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조사에 따르면, 관내 청소년 대다수가 노동에 대해 ‘돈, 돈 벌기, 월급’ 등 돈과 관련된 것을 연상하거나, ‘힘든 일, 막노동, 몸 쓰는 일’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의 사회적 의미나 ‘기분이 좋다’와 같은 긍정적 의미를 연상하는 청소년도 있었으나 매우 소수에 머물렀고 드물게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3권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를 떠올리는 청소년도 있었다.
또 ‘근로자라는 말과 달리 노동자라는 말엔 거부감이 드는지’를 물었을 때 전체 청소년의 51.2%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는데, 특성화고 재학생일수록 여성 청소년일수록 그리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사이에서 그 거부감이 높게 나타났다.
장흥교육희망연대 김신 운영위원은 “노동이나 노동자에 관한 청소년들의 생각이 3년 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이 점점 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형태로 퇴보하면서 청소년•청년들 사이에 임금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공고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특성화고 재학생과 여성 청소년 사이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것은 해당 그룹이 직면한 노동 현실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노동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부정적 인식이 비록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도 이는 문제다”며 “청소년 사이에 노동=하기 싫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하는 힘든 일이며 노동자=하기 싫지만 억지로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공고화된다면, 퇴보하는 노동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그냥 순응하게 되고 변화를 꿈꿀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이 노동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되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노동자에 대한 청소년의 의식부터 변화가 필요한데, 이는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생노동인권실태조사(송태수 외, 2021)에 따르면 서울시 청소년 사이에 노동자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노동인권 교육이 확대 되면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다’,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사람이다’ 등 인식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