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당신의 무릎에 강 물결을 풀어놓았을 때
나는 그날 가슴에 품고 다닌 강을 당신에게 풀어버렸습니다 내 손이 당신의 무릎에 닿았을 때 엉킨 마음의 무늬가 솔솔 풀려서 소(沼)엔 듯 빨려들었습니다 손끝만 닿았을 뿐인데 당신은 일렁이며 튀는 물방울처럼 깜짝 놀랐지요
밤하늘처럼 까마득한 당신
당신은 절벽을 가져와 내 앞에 놓았지요
절벽 끝에는 몇 톨이 별빛이 맺혀 있었을까요
티눈처럼
당신 마음속 별빛이 만져지는 것만 같아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긴 침묵 속에 당신의 강 물결이 내 안으로 흘러들고 손금처럼 새겨지고 철썩 부딪혔다가 다시 당신에게 흘러갈 때 노을빛에 당신의 눈동자가 젖어갈 때 나는 당신의 무릎에 물결의 마지막 반짝임까지 다 풀어놓았죠
놓아버린 물결은 멀리 퍼져가고
이제는 다시 쥘 수 없는 돌아오지 않을 그 물결이 아득함으로 잦아들 때
아주 작은 세상의 소리들이 알에서 깨어납니다
캄캄함 속에서 마음이 출렁이는 소리만으로도
이미 물이 되어 흘러가는 당신의 숨결만으로도
물결 위 작은 반짝임들이 떼를 지어 내게 스미는 것만으로도
더욱 아름답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내력이 물결 문장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저작권자 © 장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