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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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27
  • 장강뉴스
  • 승인 2023.09.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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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그런데 환풍구 씨

정화조 위에서 커다란 콩나물 대가리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말이 없는 환풍구 씨

이봐요 살아있어요?

불러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당신은
숙명처럼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냅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정화조는 폭발했을 것입니다 

오물로만 가득 찼을 땐
밖을 더럽히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꽃향기에도 홀리지 않고
폭풍에도 휘어지지 않는 당신은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쳤습니다

자기 손으로 벌레 한 마리 죽이지 않았습니다
전직도 개종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환풍구 씨
당신은 왜 자라지 않는 거죠?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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