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그런데 환풍구 씨
정화조 위에서 커다란 콩나물 대가리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말이 없는 환풍구 씨
이봐요 살아있어요?
불러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당신은
숙명처럼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냅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정화조는 폭발했을 것입니다
오물로만 가득 찼을 땐
밖을 더럽히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꽃향기에도 홀리지 않고
폭풍에도 휘어지지 않는 당신은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쳤습니다
자기 손으로 벌레 한 마리 죽이지 않았습니다
전직도 개종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환풍구 씨
당신은 왜 자라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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