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6
상태바
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6
  • 장강뉴스
  • 승인 2023.06.07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작 시 - 소문 혹은 수문

소문의 문은 작아서 
소문의 문은 많아서
가랑니가 슬어놓은 알처럼 
물방울처럼 불어서

모래알이 모래알 모래알
얼굴을 구분할 수 없는 모래알들처럼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어느 구멍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처음은 있었겠지요 실은 당신을 맨 처음 사랑했던 게
내 몸 안의 어느 세포였는지 찾을 수 없는 것처럼
키스를 할 때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 게 나은 것처럼

모래알처럼 소문은 흩어지고
모래를 밟고 있으면서 나는 흩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말에도 걸리지만 않으면 말은
낭떠러지나 암초가 될 수 없습니다 

뛰는 말은 뛰시라

소문 같은 모래 위에 맨발을 올리고
이미 생겼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소문은 또 얼마나 많을까
발바닥의 귀를 열어봅니다 즐깁니다

모래알은 간지럽고
히힛 당신의 혀처럼 깜짝

바지락 껍질과 조개무지와 플라스틱 물통과 쓰레기장은 
유적입니다 천년 후 발견될 유물 중 가장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을 
찾아봅시다 폐비닐과 플라스틱 물통과 스티로폼과 행남자기 들 너머에

수문포 모래밭에 당신과 내가 써 놓은
‘바다가 태어나는 곳’이라는 글씨는 바람으로 풀어져 천년 뒤의 하늘에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어떤 바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