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세모녀 사망한 종로여관 방화범 2심도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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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세모녀 사망한 종로여관 방화범 2심도 무기징역
  • 서호민 기자
  • 승인 2018.08.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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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형 처할 사안 아니다”…유가족들 “말도 안 된다”

지난 1월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관에 불을 질러 세 모녀 등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방화범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모(53)씨에게 "그야말로 별 내용이 아닌 사안을 갖고 다수가 모여 자는 여관에 불을 질러서 여러 명을 사망케 한 범행으로 죄질이 정말 좋지 않다"며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처럼 사형에 처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개별적으로 가해 행위를 해서 사망을 초래한 것이 아니며, 피고인이 과거 전력상 유사한 내용 정도의 범행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사형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문명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인가를 고민해 볼때 사형에 처하는 사안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되고, 사형이 반드시 피해자 측에 완전히 위로가 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씨는 지난 1월 20일 새벽 2시께 술을 마시고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서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새벽 3시께 인근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각각 휘발유 10ℓ와 라이터를 사와 여관 입구에 불을 질렀다.

이 사고로 장흥에 살던 어머니 박모(34)씨와 중학생(14), 초등학생(11) 두 딸 등 3명을 비롯해 모두 7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장흥 세모녀는 방학 중 나들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검찰은 1심에서 "욕정을 채우지 못한 피고인이 분풀이를 위해서 치밀하게 방화 계획을 세우고 불특정 다수가 숙박하는 여관에 불을 지른 사건으로 죄책에 상응하는 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적정하지 못하다며 항소했다.

유가족들은 “지은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라며 항소심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유가족은 선고가 끝난 후 법정을 빠져나오며 "(방화범을)뭐하러 살려두느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화재로 두 딸과 아내를 잃은 가장 A(40)씨는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임에도 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내려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방화범이 사형 선고를 받더라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단 건 잘 알고 있지만 법이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이 내려지는 것을 봐야 먼저 간 가족들에게 덜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씨의 방화로 부친을 떠나보낸 L(34)씨도 “사람을 7명이나 죽인 방화범에게 무기징역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며 “사형을 선고 받는다 해도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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