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2018년 戊戌년 황금개(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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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2018년 戊戌년 황금개(犬)해
  • 장강뉴스
  • 승인 2018.01.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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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성균관 전인
▲ 최일중 성균관 전인

무술년 개는 항상 수호의 개념으로 남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마루 밑에 자리 잡고 주인의 밤을 지켰으며 들짐승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했고 불편한 가족의 길을 보살핀 우리들의 수호견으로 알고 있다.

2018년은 황금 개띠의 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작년의 破邪顯正(파사현정)이 2017년 사자성어로 뽑혔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파사현정은 불교 삼론종의 기본 교의다.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三論玄義(삼론현의)에 실린 고사성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가 나란히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로 추천했다. 최경봉교수는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도 마련해 줬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파사현정을 선택한 교수들은 새 정부의 개혁이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길 주문하고 있다. 무술생은 말없이 자기분수를 지키며 도량이 넓고 성실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매사 신중히 처신하여 무분별한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사람들과 충돌이 많지 않다.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여 남들에게 신용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 된다. 신앙심이 깊으며 자기주장도 뚜렷한 외유내강의 모습을 지녔으나 다소 고지식하여 사람들과 잘 융화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성질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져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지나치게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지나치게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친구와 형제를 너무나 좋아하여 이것이 화근이 되는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고집이 세고 학문에 대한 관심이 깊으며 중후한 인품을 지니고 있어 만인의 신망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타인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대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무술생들은 잘 읽어 보아야 나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 11월이면 나뭇잎도 떨어지고 싱싱하던 자연의 모든 생명현상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때를 가리켜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니 참 재미있다.

우리는 해가 바뀔 때가 되면 지난 일년의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과거가 모두 지나가 버렸다고 발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은 정말 그저 흘러가 버리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뿐 시간은 분명 무엇인가를 남기고 간다.

아름다운 추억, 슬픈 기억, 아쉬움, 새로운 희망을 뿌려놓고 간다.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듯이 지난 일 년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없다면 다가올 새해의 꿈도 없는 것이다. 나뭇잎이 떨어진 앙상한 숲은 보면서도 그 속에서 지난 시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다가올 봄의 새싹을 미리 내다볼 줄 알았던 지혜로운 인디언들처럼 시간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좀 더 겸허해지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이나 희망을 새우기전에 현재 내개 남아있는 것들을 먼저 돌아보게 된다. 한 때는 나도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 전에 내일의 나를 꿈꾸는 일에 바빴다.

‘새해에는 이런 일을 해야지’ ‘새해에는 꼭 이걸 이루어야겠다’ 등등 무엇인가 채우고 더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보니 현재 내가 가진 것 보다 앞으로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이 눈에 더 띄었다.

집도 필요하고 차도 필요하고 승진도 해야 하고 자꾸만 내게 부족한 것들을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보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진정으로 아끼고 살아가는 일이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해가 바뀔 때 마다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았을까.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중에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을 곰곰이 하다보면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 앞에 아직도 남아 있는 나의 욕심이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벌써 2017년도 지나가는구나.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이해인 시인의 한해를 뒤로 보내며 몇 구절을 옮기며...

한해를 뒤로 보내며 이 해인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성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 마음마저 무너져 슬펐던 한해... 한해의  마지막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을 새롭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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