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엄진숙(병영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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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엄진숙(병영면사무소)
  • 장강뉴스
  • 승인 2017.08.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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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을 담아 대신 쓰는 글

▲ 엄진숙
“내가 말주변도 없고, 글도 멋지게 못써. 고맙기는 한디 어찌케 해야될지도 모르긋고... 긍께 아가씨가 대신 꼭 좀 써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해줘잉! 꼭잉!”
사실 이 글은 부탁을 받고 대신 쓰는 글이다. 마을 출장을 가던 중에 병영면 여자경로당 총무님을 만나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도 어려운데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해달라니.. 어깨가 무거웠다.
무슨일인고 하니, 병영면 여자경로당 TV가 낡아 교체가 필요한데 이번에 드디어! TV를 새로 설치했다는 것이다. 무려 49인치 평면 TV다. 경로당에 들어가서 보니 어르신들 모두 흐뭇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계셨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해달라는 것인지 의아했다. TV 바꾼 일이 신문에 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7월 병영면장으로 취임하신 황용식 면장님께서 웃어른들께 인사를 올리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 살피던 중 여자경로당 TV가 너무 낡아 올해는 꼭 교체해야한다는 경로당 총무님 말씀에 즉각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경로당 편의시설 지원사업 예산에 여유가 있어 행정적 조치는 취임 이틀 만에 완료했고, 일주일 후에는 경로당에 TV 설치를 완료했다.
경로당 총무님뿐만 아니라 경로당에 계시던 모든 어르신들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무도 없을 때 유일하게 벗이 돼주는 것이 TV인데, 그동안 너무 낡아 꼭 바꿨으면 했는데 이렇게 빨리 바뀔 줄은 몰랐다며 소녀처럼 기뻐하셨다. 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게 해달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취임식 때부터 대화와 소통의 행정을 이어나가겠다고 말씀하셨던 면장님 말씀이 생각났다.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는 행정이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무더운 날씨에, 습한 공기에 사무실 바깥으로는 화장실도 가기 싫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무더위건 강추위건 간에 책상 앞 서류만 뒤적이는 것보다는 역시 주민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이 최고의 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문.현.답” 강진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주민들을 맞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찾아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겠다.
직장인들은 입사 3년 차에 권태기가 온다는데 나도 공무원 4년 차, 어쩌면 게을러지고 거만해지고 있는지도 모를 이 시점에 이번 일은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좋은 가르침이 되었다. 그리고 더 좋은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군수도 고맙고 면장도 고맙고 이전에 있던 허경자 면장도 고맙고,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경로당 총무님의 말씀에 호기롭게 꼭 신문에 나게 해드릴게요! 대답은 했지만 내심 걱정이다. 이 짧은 글로 어찌 어르신들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까. TV를 보시던 흐뭇한 표정, 고맙단 말씀을 하실 때마다 반짝이던 눈빛, 너무너무 고맙다며 꼭 잡으셨던 두 손의 따뜻한 온기. 어르신들의 부탁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대신 쓰는 글이지만, 부디 병영면 어르신들의 감사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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