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 - 오대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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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 오대환 시인
  • 장강뉴스
  • 승인 2017.04.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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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을 다듬다가

쑥 한 바구니를 가져다 놓고
다듬어 보니
거둘 것이 몇 줌 안된다

햇쑥은 꽃둥이라고
줄기와 묵은 잎을 가려내어
연한 것은 조금 모아진다

나는 쑥에 코를 박고
쑥 향기가 온 몸에 퍼지도록
마셔도 본다

우리는 봄이 오면
쑥을 캐다가 쑥국을 먹는다
쑥을 다듬다가 불쑥
내 삶의 연한 부분은 얼마나 될까
부드러운 모습은 몇 줌이나 될까
버려야 할 것들은
향기는...
쑥을 다듬는 손이 시려온다

지금은 죄송한 마음으로
연한 쑥의 경계를 잘라내듯
질긴 똥고집 묵은 쇠고집 잘라서
내 삶을 다듬을 시간입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 오대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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