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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3.07.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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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갑’, 힘 있는 ‘을’이 되자

▲ 임순종 편집국장
최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갑 을’관계의 논쟁이 뜨겁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여승무원에게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 승무원을 폭행하는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사실은 이 여승무원 폭행사건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 ‘갑을관계’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그 관계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행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서의 ‘갑을’ 관계는 어떨까.
선거 운동 기간 중에는 유권자는 ‘갑’ 위치에 있고 출마후보들은 ‘을’ 모양새를 취한다. 출마후보들은 유권자에게 한 표를 부탁하며 코가 땅에 닿게 허리를 조아린다.
그것도 모자라 악수하기 싫은 유권자에게는 실은 내색도 못하고 마냥 웃는다. 이때는 개그맨이라도 돼서 웃게 하기도 한다.
내심 싫어도 선거운동 기간만큼은 이를 악물고 참는다. 이런 행동들 하나하나가 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만큼은 유권자는 융성한(?) 대접을 받는 엄연한 갑이다. 그 대접은 보통 오래 가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후보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을에서 갑이 되는 느낌을 보통 받는다.
90도로 숙여 인사했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해진다.
권위적인 자세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유권자가 반대로 당선자에게 연신 굽신거리기 일쑤다. 처지가 묘하게 바뀐다. 선거때 취했던 자세와는 정반대가 된다.
유권자는 초라한 을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분위기는 사실상 이런 관계에 놓여있다. 어찌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갑을관계’는 늘 존재해 왔고, 인간사에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갑을관계’가 요즘 화두가 되는 것일까? ‘갑을관계’에서도 ‘참을 수 있는’ 혹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한계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근래 이 수준을 과도하게 넘어서 행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갑’의 위치에 있는 조직과 개인이 ‘을’의 위치에 있는 조직과 개인에 대하여 참을 수도, 인정할 수 도 없는 수준의 과도한 교만을 부리는 것이 핵심문제이다. 비즈니스석 비행에 탄 고객이 승무원에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객관적 수준이 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요구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교만한 ‘갑’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선거에 있어서도 후보와 유권자는 늘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될게 뻔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 중의 하나는 권한을 가진 ‘갑’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갑’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반대로 ‘갑’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 간다. 이런 과정에서 ‘갑’의 교만의 강도가 더 세 진다면 점점 ‘을’로 내몰리는 대다수의 ‘을’은 그런 사회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불안을 야기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건전한 ‘갑을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첫째는 권한을 갖는 ‘갑’의 위치에 있는 개인과 조직은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갑’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다면 ‘을’은 ‘갑’의 권한을 훨씬 더 인정하게 되겠지만, 만약 ‘갑’이 교만하게 행동한다면 ‘을’은 ‘갑’을 인정하지 못할뿐더러 마음속으로는 ‘갑’을 멸시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체의 임직원이 언제나 ‘갑’ 이겠는가? 퇴직을 하게 되면 언제든지 ‘을’로 변화될 수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지 않겠는가? 겸손한 ‘갑’은 내리막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교만한 ‘갑’은 내리막에서는 고통스럽다. 매우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내리막의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로 건전한 ‘갑을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을’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을’이 실력도 갖추지 못하면서 ‘갑’의 교만만 탓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을’이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갑’도 ‘을’을 존중하게 되지만, 만약 실력 없는 ‘을’이라면 ‘갑’이 존중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셋째로 건전한 ‘갑을관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겸손한 ‘갑’, 실력 있는 ‘을’ 양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고 다듬어 가야 한다. 이 때문인지 일부 지자체와 대기업이 ‘갑을’ 명칭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명칭만 바꿨다고 해서 관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제도적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갑’의 위치에 설 때 교만하기 보다는 겸손하기가 더 어렵고, ‘을’의 위치에 설 때는 비굴하기 보다는 실력을 갖추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 우리 조직부터는 겸손한 ‘갑’이 되고, 힘 있는 ‘을’이 되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쩌면 영원히 지속될 ‘갑을관계’ 속에서 겸손한 ‘갑’, 실력 있는 ‘을’의 자세는 개인과 조직을 아름답고 당당하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고, 건전한 ‘갑을관계’는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하나의 엔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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