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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은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무작정 소학교를 찾아갔다. 다른 애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 가까운 면소지에 있었기에 단걸음에 뛰어갔다.
‘다른 애들은 학교에 다니는 데….’
운현은 성난 황소처럼 쌕쌕거리며 교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학교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가슴이 떨렸다.
‘교문 앞까지 왔는데….’
운현은 머뭇거리다가 호기심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교문을 들어섰다.
“학교에는 무슨 일이냐? 학생도 않으면서.”
조민선 선생은 장맞이 하고 있었다는 듯이 교문을 들어선 운현에게 다가갔다. 붙잡으며 꾸짖었다.
“소학교에 다니고 싶어서요.”
운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몰랐다.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충동질하여 미친 사람처럼 이끌려왔다.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어디서 사는데?”
“봉덕에서…”
“부모님은 계시냐?”
“예.”
“아버지를 모시고 와라. 학교에 다니고 싶으면.”
“꼭 아버지가 와야 합니까?”
“이놈 봐라. 아버지가 와야 학교를 다닐 수 있지. 네 마음대로?”
“그냥 다닐 수는 없습니까?”
“이놈 별놈이네. 빨리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
조 선생은 운현을 꾸짖었다. 속으로는 반가워 빙그레 웃었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쓰다듬었다. 어린이가 학교에 다니겠다고 찾아온 예는 처음이었다. 선생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칠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올바르게 자라도록 교육시켜야 되었다.
“선생님, 학교에 꼭 다니고 싶습니다.”
운현은 눈물을 글썽이면 돌아섰다. 문전 박대를 받고 돌아서는 것이 서러웠다.
“아버지를 꼭 모시고 와야 된다.”
조 선생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한 편으로는 가슴이 찔려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이에게 모질게 냉대하는 자신이 미웠다.
‘내일 또 와야지.’
운현은 마음속으로 결심하며 돌아섰다.
다음날 오후였다. 운현은 꼴망태를 들고 또 소학교를 찾아갔다. 포기할 수 없었다. 유리창으로 기웃거리며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조용했다. 학생들은 파하고 아무도 없었다. 적막한 교정이 호젓하게 느껴졌다.
“어제 왔던 놈이 또 왔네.”
조 선생이 유리창 문을 열고 꾸짖었다.
“학교에 오면 안 됩니까?”
운현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조 선생은 동정심이 발동하여 어눌하게 말했다. 어제 교문 앞에서 문전박대했던 자신의 행위가 떠올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학교에서 놀면 안 되겠습니까?”
운현은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학교에 다니고 싶어?”
“예.”
운현은 고개를 숙였다.
“학교 뒷마을 봉덕에 산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내 이름은 조민선인데 네 이름은 무어냐?”
“홍운현이라고….”
“조그만 기다려라. 나와 함께 너희 집에 가볼까.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나서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겠니?”
“집안이 가난해서서….”
“알겠다. 너의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밥 먹기도 어렵지.”
조 선생은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간신히 참았다. 문단속을 하고 한참 만에 교실에서 나왔다. 어떻게 해서든 부모님을 설득해서 학교에 다니도록 만들어야 될 것 같았다. 어떤 환경에 처해있던 학교에 다니면서 하나라도 배워 알아야 되었다. 어린이 하나라도 가르쳐야 선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일이었다.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겼기에 더욱 절실했다.〈다음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