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천망회회(天網恢恢) 疎而不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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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천망회회(天網恢恢) 疎而不失)
  • 장강뉴스
  • 승인 2024.03.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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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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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그물이 너무 커서 성긴 듯,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당장 억울함이 있지만 하늘이 반드시 옳고 그름을 가려 주리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세상은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 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을 빠져나간 범죄다. 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 던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상상해 보자. 방충망에 자그마한 구멍만 나도 모기떼에 밤잠을 설칠 것이며 법망에 구멍이 났다면 사회의 법과 질서는 무너지지 않겠는가! 망(網) 가운데 천망(天網)이라는 그물도 있다. 하늘이 인간의 악행을 언젠가 걸러낸다는 그물이 천망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 엉성한 것 같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앙화를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한다고 했다.

하늘엔 인간 세상사를 걸러주는 망이 있고 그물코가 넓고 커 성긴 것 같지만 놓치는 법이 없어 악행은 반드시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언젠가는’이라는 표현이다.

종종 선한 사람이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잘 되기도 하여 천망(天網)이 허술한 건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하지만 무엇이 됐건 1980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도 30여 년 만에 진범이 검거되었고 미궁에 빠져 있던 1991년 대구 초등학생 실종사건 또한 사건 발생 11년 6개월 만에 이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범인이 곧 밝혀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처럼 천망(天網)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세상엔 비밀이 없고 악행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다. 비록 하늘의 섭리인 천망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만든 법망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가 항상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인생의 참된 주인공은 편견, 아집, 교만, 오만, 독선, 자존심 등에서 벗어나 세상을 긍정적 주체적으로 보는 안목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四無量心(사무양심), 慈(자) 悲(비) 喜(희) 捨(사) 한다고 한다.

선(善)한 자에게 복(福)을 주고 악(惡)한 자에게 재앙(災殃)을 내리는 것은 하늘의 일이라. 이는 어김이 없고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천도(天道)는 다투지 않아도 이기며 말하지 않고 응해주며 부르지 않아도 와서 어김없이 도모한다. 그래서 악인이 한때는 하늘에 배반하고도 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마침내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그물눈이 성글지만 선악의 응보는 빈틈없이 내리고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하늘이 친 그물은 하도 커서 얼른 보기에 엉성해 보이지만 그 누구도 이 그물에서 빠져 나가지 못한다. 즉 하늘의 법망은 관대한 듯, 하지만 반드시 처벌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악한 사람이 악한 일을 행하여 즉시 벌을 받아 화를 입는 일이 없을지라도 결국에는 자기 저지른 죄의 값을 치르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노자는 죄인(罪人)에 대한 인위적 처벌보다 자연의 제재(制裁)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위적 법치의 판결은 불완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연의 섭리인 천도(天道)를 강조하였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늘의 뜻에 배반되므로 당연히 하늘의 벌을 받아야 하지만 세상사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가 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린 자가 반드시 하늘의 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처벌을 반지 않는자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 활살(活殺) 두 가지의 이해와 하늘의 호오(好惡)가 도대체 어느 쪽에 있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해지고 성인까지도 이 점이 뚜렷하지 못해 난처해한다. 하지만 긴 아목으로 보면 이 둘의 이해와 하늘의 오호가 자명하다.

천도는 다툼 없이도 이기고 말하지 않아도 잘 응(應)하며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부드러우면서 잘 도모한다.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만물을 통솔하고 명령하지 않고 만물을 적응시키며 부르지 않아도 만물을 귀일 시키고 작위(作爲)를 하지 않고서 질서를 형성시킨다.

그리고 결코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아도 그 그물을 빠져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노자의 천망회회 소이불실의 가르침을 우리 모두 되새기며 청렴을 지키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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