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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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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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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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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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수들은 올해 우리 사회 단면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이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으로 사회전반에서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각자도생하는 모습에 연출됐다.

정치판에선 협치와 소통은 온데간데 없고 분열과 갈등만이 난무했고 경제계에선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서민들을 어느 해 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또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과 피리를 불지 못하는 사람이 피리를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머릿수를 채우듯 무능한 사람이 재능이 있는 척하는 남우충수(濫竽充數)를 꼽은 이름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옥스퍼드 사전에서 꼽은 올해 단어는 리즈(rizz)다. 코로나 이후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의 뜻으로 단순히 잘 생기거나 예쁘다는 뜻보다 숨겨진 매력 즉 각자에 숨겨진 매혹이란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한다.

올해는 비상하는 용띠해로 그것도 파란 용에 해당하는 청룡의 해라고 한다. 본디 용은 상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가장 성스럽게 여겨져 왔으며 길몽의 대명사로 동(東)쪽과 새로운 시작, 젊음, 그리고 성장을 의미한다. 갑진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발전된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22대 총선은 정권심판과 제3지대 등 거대 담론 속 지역 발전을 견인한 참일꾼을 뽑아야 하는 중차대한 이벤트다. 정치인으로 소속 정당의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그런 정치인이 선출돼 견제와 균형의 책임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새해 사람들은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갖고 한해의 계획을 설계한다. 일생지계는 재어유(一生之計 在於幼)하고, 백년지계는 재어춘(百年之計 在於春)하고 일일지계는 재어인(一日之計 在於寅)하니, 유이불학이면 노무소지(幼而不學 老無所知)요, 춘약불경이면 추무소망(春若不耕 秋無所望)이요, 인약불기면 일무소변(寅若不起 日無所辨)이니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의 할 일이 없다. 그리고 1년만을 위한 계획이라면 곡식을 심고, 10년만을 위한 계획이라면 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백 년을 위한 계획이라면 사람을 가르치라 했다.

2023년의 12월 31일의 해와 2024년 1월 1일의 해가 다를 바가 없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출은 우리네 삶의 경계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하루 일을 마감한다. 그런 일이 일출(日出)을 경계로 평생 되풀이된다. 수평으로 누워 자고 있다가 해가 뜨면 수직으로 일어나 일터로 나간다. 진종일 열심히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수평으로 잠자리에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날마다 되풀이되는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축약이다. 하루를 잘 사는 것이다. 일출을 보며 사람들은 차별화된 인생을 갈망하지만 태양은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빛을 나누어 준다. 밝은 햇살의 어느 구석에도 부정적인 기운이 없으니 태양의 마음은 막힘이 없는 무한 열림이다. 구태의연한 우리 마음의 자화상 태양 앞에 드러내고 부정적인 기운을 건조 시켜야겠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하는 새해 태양의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태양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져야겠다. 태양의 마음 그것이 곧 차별화 없는 무한 사랑이다. 새해가 오거나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곤 하죠. 그러나 결심만 한다고 했던가. 우물쭈물하다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곤 하는 것이 나의 새 다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다시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과거의 경험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다시 출발하려는 마음을 망설이게 하고 체념하게 한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종이복시(終而復始), 끝난 자리면 다시 시작한다. 먼저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는 뜻의 종이복시가 있다. 근사록에서는 천하의 이치는 끝나면 다시 시작된다(天下之理 終而復始)고 했다. 손자 병법에서 끝나면 다시 시작 것은 해와 달이 지면 다시 뜨는 것과 같다(終而復始 日月是也)고 했다. 모든 만물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고 해가 지면 반대편에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때 지나간 것들에, 너무 연연하거나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과거의 일은 그것이 어떻게 끝맺었든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고 새로운 일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을 따름이다. 새로운 시작에 새로운 마음을 담아 새로운 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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