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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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42
  • 장강뉴스
  • 승인 2023.12.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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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물의 경전 -탐진시편2-

보아라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라
꽃이었다가 잎이었다가
녹슨 칼처럼 굳은 혀이었다가
흙이 되는 말씀을

언제 어느 때고 세월은 도둑처럼 다녀가고
물의 말씀을 화석으로 남기려다가
끝내는 물이 되어 흘러가는 무모한 사람들

마저도

물의 경전에서는 살아있나니

보아라
서러운 것
바라는 것
생의 환희 같은 것이 
다만 여백으로 기록되는 물의 경전을 보아라

바수어지면 촤르르 방울 소리 같고
튀어 오르면 동글 별 싸라기 같고
싹의 숨결 같은 말씀들이 또랑또랑 모여서
지금 흘러가고 있지 않느냐

외로운 자들이 흘려보낸 귀가
물낯에 노을 비늘로 듣는다
떠났던 소년들의 종아리가 
여기 돋아 나온다

가장 미워했던 얼굴이
연둣물 들어 햇잎으로 오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눈동자를 잃고 흐리로 괸다

사랑했던가?
행복했던가?
물으며 묻지 않으며 
다시 태어나는 한 방울의 죽음

모래알 같은 환희를 씻는
물의 경전을 잃어라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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