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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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39
  • 장강뉴스
  • 승인 2023.12.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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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 신작시 - 강진 사람들에게서는 강물 소리가 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을 흘리고 있어도 
강진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 
기쁠 때는 물방울처럼 환하게 튀어 오르고
슬플 때는 노을 품은 저문 강 물빛으로 소리 없이 깊어진다

이봐! 하면서 어깨를 치면 
어깨에서 후두국 물방울이 튕길 것만 같은 사람들
강진 사람들의 말에서는 막 시친 시금치 냄새가 나고
무청 같은 사연들이 새파랗게 살아난다 

길을 가다가
어이, 강! 하면서
강이라고만 불러도 뒤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가 강진 사람이다

마음의 일렁임이 병영 작천 옴천 성전 쪽으로 치솟았다가
도암 칠량 신전 대구 마량으로 일렁이다가
군동 쪽으로 짜울라지다가
강진탐진강 하면 마음을 뒤집어 똑같이
강진탐진강 하면서 배시시 웃고 마는
강진 사람들의 말에서는 강물 소리가 난다

불댄 데 짜그라진 데 개밥그릇에도 못 쓸 만큼 찌그라진 양재기같이
가슴 속 화딱지가 성이 날 것 같은 날이면 가만 
강진에 가볼 일이다 

아무리 가파른 성격의 사내라도
강진 사람이라면 발뒤꿈치 어디쯤에라도 강물 소리를 담고 있을 것이니
거기에 더께 낀 속내를 살짝 헹구면
봄날 모란꽃이 다투어 피지 않으랴 

굽이치며 일렁이며 그도 나도 세월의 모서리에 부딪혀
또랑또랑 여울을 지나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를 것이니

어이 강! 하면 
그래 강! 하고 대답하는
강진 사람들에게서는 강물 소리가 난다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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