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욕속부달(欲速不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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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욕속부달(欲速不達)
  • 장강뉴스
  • 승인 2023.11.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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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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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논어의 자로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욕속부달이란 말은 빨리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 빨리하려고 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따지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빠르게 갈 것인가? 바르게 갈 것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성미가 급한 사람, 느긋한 사람, 쉽게 흥분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 어지간해서는 화를 낼 줄 모르는 듯 차분한 사람, 행동이 부지런하고 민첩한 사람, 동작이 느린 사람 등이 있다.

우리 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 는 말이 있다. 실을 바늘귀에 꿰지 않으면 꿰맬 수 없듯이 모든 일에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가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무슨 일이든 서둘러서 거침없이 해내는 사람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세상이다.

주어진 일들을 빨리, 해내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빨리해 내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면 자칫 규칙이나 법을 어기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형태를 긴장이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의 이면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빨리 목적지에 이르고 싶은 욕심에 적색 신호등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하는 차들을 자주 보게 된다.

미국 여행을 가보면 현지의 지인들이 유명 관광지로 데려가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쇼핑할 수 있도록 대형 쇼핑센터에 데려가기도 한다.

쇼핑센터 단지 안의 도로에는 주차구역마다 정지선이 있는데 자동차들은 그 모든 정지선 앞에서 차를 완전히 멈춘 다음 좌우를 살피고 가다, 서다 반복한다.

한적한 이면 도로를 운전하다 작은 교차로를 지날 때도 주변에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지만 철저하게 멈춰 섰다.

일단정지 교통표지판이 있으면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간에 어김없이 차를 일단정지 멈췄다가 출발했다. 법규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하는데 적색 신호등에도 멈춰서는 대신 속도를 줄여 슬금슬금 신호 위반하는 차를 봐온 터라 옆에 동승 한 나는 약간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융통성 있게 대충 주변을 살피며 눈치껏 빠르게 가는 것도 황금 같은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일 수 있겠으나 바르게 법규를 지켜 운전자가 보행자의 소중한 생명을 고려하여 운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일임에, 틀림없다.

누가 나에게 좋아하는 한자(漢字) 하나를 꼽으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正(바르다 정)을 선택할 것이다. 흔한 한자이지만 단 한 글자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나의 품행이 올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바르게 그리고 반듯하게 살고 싶은 마음의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팔정도(八正道)와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바르다 또는 바르게 산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몸을 바르게 하는 것, 즉 정직(正直, 바를 정, 곧을 직)한 마음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혼탁한 세상을 정화 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바른말을 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하고 주변 환경을 바르게 정리 정돈 하는 일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든다.

달리는 자동차에는 액셀러레이터만이 있지 않다. 속도를 내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재 때에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利器보다 두려운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분주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종종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멈추어 서서 내가 과연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잠시 아날로그의 감성을 끄집어내어 천천히 자기만의 보폭으로 정직하게 바르게 사는 일의 매력을 느껴보자.

성경은 정직하게 사는 사람 바르게 사는 사람의 축복에 대하여 자주 강조하였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악한 자의 집은 망하겠고 정직한 자의 집은 흥하리라며 정직한 삶이 축복의 비결임을 선언하였다.

생각과 말과 행동에 거짓이 없고 바르게 사는 삶이 후회 없는 인생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빠르게 가려다 균형을 잃거나 빠르게 가려다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넘어지기 쉽다.

요즘 말들이 거칠어지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철들지 않았다. 화살같이 쏘는 말, 비하는 말, 막말, 심한 비유 은유 말들은 결국 자기에게 돌멩이로 변하여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는가.

비록 권력과 제왕의 자리가 눈앞에 보일지라도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바르게 살아가면 기회가 다가온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필요하게 요구되는 정신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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