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칠거리
섬사람들은 낙지발처럼 끈적거리는 길이라 했고 산골 사람들은 고구마뿌랭이 같은 데라 했다 한번 발 딛으면 쉽게 빠져 나갈 수 없고 더 들어가면 건질 게 하도 많아 아조 앉은뱅이가 된다는 곳
간다간다 강진장
마라마라 마량장
치라치라 칠량장
대다대다 대덕장
펴자마자 장평장
버성버성 보성장
도라도라 도암장
다 돌아다닌 장똘뱅이가 장에 왔다가 벚꽃 향기에 취했는지 치마에 파묻혀 닷새를 자고서야 다시 장을 보았다는
장흥 장터의 이마빡 같은 곳
고쌈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용꼬리의 끄트머리 새끼줄 하나 달랑 쥐고서 이겨보겠다고 목숨을 걸었다 장동 장평 관산 대덕 용산 유치에 강진 영암 보성 화순의 모든 길이 모여드는 곳
대처로 나가는 외길도 거기였다
빨치산의 아내에서 경찰 각시가 되었던 여자가 사십 년 서방이 죽자 꼭 일곱 말 닷 되의 눈물을 빼고 가더란다 신청 퇴물 소리꾼 여자가 서른 해 국밥집을 하고서야 소리가 터졌다는 곳도 칠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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