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장흥
장흥에서 조금 살다보면 누구든지
장흥 사람들이 장흥을
자응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응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장흥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흥 사는 사람과
자응 사람은 다르다
자응 장에 가서
칠거리 본전통이나 지전머리를
바지자락으로 쓸어 본 사람이라야 겨우
물짠 자응 사람이 된다
독실보건 백룡쏘건
예양강에 붙은 어느 또랑에서라도
뫼욕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자응에 간이 배고
자응으로 척척해진 사람이랄 수 있다
자응에 아조 뿌리를 내리면
장서 나서
장서 자라고
장가 있는 장고나
장여고를 나온 토백이가 된다
장흥에서 자응으로 가는 데는
십 년이 족히 걸리고
자응에서 또 자앙, 장으로 가는 데는
다시 몇 십 년이 걸린다
거기다가
‘자응가’라는 말이
‘장흥에’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먼 거리인데다
비포장도로라서
어지간한 사람은
돈밧재를 넘기도 전에
힘이 파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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