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왜 나만 갖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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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왜 나만 갖고 그래?
  • 장강뉴스
  • 승인 2023.09.1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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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갑(전, 강진군농촌활력지원센터장)
윤영갑
윤영갑

故 전두환 씨가 1995년 재판 당시 했던 말로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회자되었던 풍자 어록이다.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투사 다섯 분의 흉상 철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 중의 한 사람인 홍 장군께 한마디 하시라고 하면 아마도 “왜 나만 갖고 그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홍범도 그는 누구인가, 1868년 평양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10년 경술국치로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간도와 연해주로 넘어가 항일투쟁을 하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 되어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큰 성과를 거둔 항일 독립투사이다. 69세에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지금의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서는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다. 2019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장군의 유해 봉환을 요청하여 78년 만인 2021년 8월 15일 카자흐스탄에서 유해를 봉환해 왔다. 정부는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다시 추서했고, 유해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철거 이전 논란의 중심에 선 육군사관학교는 명예 졸업 증서를 수여했다.

그런데 때아닌 이념논쟁에 휘말려 공산당과 빨치산 활동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항일투쟁 활동, 유해봉환, 훈장 수여, 명예졸업장 수여 등 일련의 과정이 역사학자들 검증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단 말인가. 이미 검증되고 펙트로 알려진 사실임에도 역사와 독립운동을 부관참시하듯 파헤치고 색깔론을 덧칠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산당 가입 전력이 문제라면 박정희 전대통령도 남로당에 가입해 사형선고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도 많은 공과논란이 있지만 지금은 역사 속으로 묻혀 후세들의 평가, 즉 역사에 맡겨진 상태다.

육군 장교 육성의 요람이라는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5인의 흉상 건립시 그 목적이 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빨치산이란 말도 그렇다. 빨치산은 원래 러시아어 ‘파르티잔’에서 온 말로 원래는 러시아 영토 내에서 러시아 정부에 대항하던 볼세비키군을 말했으나 당시에는 우리 독립군처럼 러시아 내에서 활동하는 항일유격대 같은 비정규군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 ‘파르티잔’이 해방 후 북한에서 ‘빨치산’으로 읽히면서 남침한 후 지리산에 숨어들어 저항한 인민군 무리를 일컫는 부정적인 개념의 빨갱이 빨치산으로 된 것이니 홍 장군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빨치산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공산당 가입도 홍 장군은 해방 2년을 앞두고 1943년 사망해 해방 후 소련 스탈린을 등에 업고 남침한 김일성 정권하에서 부역한 적 없으니 레닌 시대의 공산당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는 해방을 보지 못했고 국내 들어와 김일성 휘하에서 공산당원이 되어 남침에 가담한 것도 아닌데 공산당 전력, 빨치산 활동으로 분탕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 장군의 흉상 철거 이전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65.9% 국민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동순 영남대 교수가 SNS에 올린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제목의 시는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을 대변하고 있다. 그중 일부를 옮겨본다.

『(전략) 아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 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 뼈를 다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 주게....』

오늘날에도 각 초등학교 현관 앞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다. 그 동상을 쳐다보며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인물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기 위한 일종의 정신교육이라 생각한다. 일제하 정신대처럼 치욕스러운 과거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역사이고 공산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 형제끼리 총칼을 겨누어야 했던 동족상잔의 비극도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이다. 역사는 승자의 몫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 역사의식을 가진 나라는 미래가 없다.

아내와 두 아들까지 조국 독립운동에 헌신한 홍범도 장군을 대신해 ’내 뼈를 다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 주게....‘라고 내뱉은 시인의 마음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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