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랍시고의 연애
사람마다 음 높이가 달라요
나의 애인은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까지고요
미에서 파까지 더 가보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음계 순으로 만난 건 아니고요
시를 만나다가 솔을 만나기도 했고요
도만 연달아 칠 때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연애는 음악이니까요
양팔로 태풍을 막을 수 없듯이
연애라는 음반에선 뾰족구두로 춤추더라도
스크래치노이즈는 예방할 수 없어요
어떤 관계는 탄산수처럼 터진 후 끝장나죠
연애는 날씨처럼 급변할 수 있죠
날마다 새로운 날씨를 입어요
변하는 현재를 사랑합니다
오래된 추억은 까맣고 단단한 씨앗 같아서
마음의 서랍에 오래 간직합니다
씨앗이 터져 잎이 나고 꽃 피웠던 날을 기억하는 겁니다 다시
춥거나 덥겠지만 같은 날씨를 입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내 이름은 랍시고랍니다
시인이랍시고 선수랍시고 사장이랍시고, 를 지나
가을이랍시고 겨울이랍시고, 도 지나
언제든 지금에 충실합니다
연애의 기본은 보폭을 맞추는 거
나의 최선을 미워하지 마세요
애인 있나요?
비가 오면 비를 눈 내리면 눈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서
오늘의 날씨는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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