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말에는 하언도 독언도(言以和言毒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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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말에는 하언도 독언도(言以和言毒言)
  • 장강뉴스
  • 승인 2023.08.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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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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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화언도 있고 독언도 있다. 화언은 따뜻한 마이고 독언은 악의적인 말이다. 화언은 아름답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정을 느끼게 한다.

독언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뿜어져 나오는 독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상(話傷)을 입힌다. 독언은 그 화상독이 강하고 독하다 하여 화독에 의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안는다. 그대로 가슴에 침전되어 깊은 상처가 된다.

생활속에서 가까운 관계일수록 화언의 중요성을 잊는다. 이런 이유겠지만 오히려 가족 간 친구 간에 말을 통해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더 많다.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독한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죽는 날까지 그 말은 잊지 않을거야.” 가장 가까운 부부간에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던가.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가려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은 사람을 평가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몸, 말씨, 필체, 판단력을 의미하는 신언서판(身言書判)도 그런 예다. 이런 기준은 당나라 시대의 관리를 뽑는 기준이 되었다. 사람의 됨됨이는 일차적으로 말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각을 통한 판단은 많은 시간을 요 하지만 말을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와 어휘 수준 등 말 맵시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실제로 육두문자(肉頭文字)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입만 열었다 하면 거침없이 욕설이 나온다. 이들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말만큼 행동거지도 거칠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가 하면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말은 항상 품위가 있어서 좋다. 세련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하고 즐겁다.

언어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친 입이 갑자기 부드러운 입이 되기 어렵다. 속(俗)된 입이 갑자기 고상한 입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말에 대한 경계가 유난히 많다.

맹자의 계지계지(戒之戒之) 출호이자(出乎爾者) 반호이자야(反乎爾者也)는 대표적인 예다. 조심하고 조심하라. 네게서 나온 것은 반드시 네게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란 말이다.

성서에도 등장한다. 바람이라고 해서 모두 키질에 이용하지 말고 길이라고 해서 아무 곳이고 들어가지 말라. 듣기는 빨리하고 말하기를 더디 하라. 명예도 불명예도 다 말에서 나온다. 남의 험담을 좋아해서 네 혀로 사람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또 있다. 난도질하듯 함부로 지껄이는 자들도 있지만 지혜로운 이들의 혀는 아픔을 낫게 한다,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불쾌한 말은 화를 돋운다, 등이다.

모두 말을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말에 대한 경계의 의미를 새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말은 마음에서 있던 생각과 감정의 표현이다. 단순한 소리와는 다르다. 말에는 감정과 사상이 스며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의미도 이런 맥락이다.

나와 내 속의 나는 언제나 갈등 중이며 이런 갈등은 화가 담긴 말로 표현된다. 소설가 한승원은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이란 것은 대범하되 오만하지 않아야 하고, 섬세하되 조잡하지 않아야 하고, 겸양하되 인색하지 않아야 하고, 푸지되 헤프지 않아야 하는데... 사유 하지 않으면 함부로 거칠게 말하게 되고 소졸(疏拙 )하면 까불거리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고 헤프면 중언부언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는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란다, 는 말이 있다. 자기의 잘못은 생각 안 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여 자기가 더 나은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경우 말이다.

말은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선한 마음에서 선한 말을 하고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악한 마음에서 악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그가 하는 말에 의해서 그 자신을 비판하다. 말은 남 앞에 자기 초상을 그려놓는 셈이다.” 결국, 자신이 말한 만큼 자신의 인생이 존중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에 가서 ‘사랑한다’ 라고 소리치면 산울림도 역시 ‘사랑한다’ 라고 한다. 말은 신비스러운 마력이 있다.

한번 배튼말은 주어 담지를 못한다.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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