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먹다가 까만 씨를 보는데 보이지 않는 이 암흑은 빛까지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처럼 검어서 어쩌면 블랙홀도 손끝으로 밀치면 딱딱하게 퉁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과가 열리고 주렁주렁 별들이 태어나듯 사과는 보이지 않는 땅속에 허공에 발 내밀듯 쑤욱 뿌리를 뻗고 또 흙 같은 공기 알갱이 사이로 쑥 가지를 내밀고 구름 같고 까마득한 허공에 태허에 줄기를 키우고 잎을 피워 별 같은 사과 알들을 방울방울 맺게 하여 대폭발 이후 마냥 자란다는 우주처럼 무럭무럭 자기 너머로 커가면서 늘 변할 것이니 사과나무의 끝은 있다와 사과나무의 끝은 없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더욱 커져 또 주렁주렁 당신 볼 같은 사과가 익을 때면 더 먼 사과나무 바깥으로 한 세계의 너머로 무수한 씨앗이 떨어져 또 별 같은 당신 눈동자 같은 수십 개의 사과를 이루고 말 것이니 이 우주라는 건 계속이라는 말만이 통용될 것처럼 무장 늘어나는 사과밭처럼 별들이 열리는 농장 같은 것일 텐데 딱딱한 흙과 말랑한 물과 없는 것 같은 공기들에도 각자의 벽이 있어 다만 나무뿌리 같고 물고기 주둥이 같고 사람 손가락 같은 것들만 허공에 불쑥 손 내밀 듯 맞추어 쉽게 쓰는 것이니 나무는 땅속의 흙 알갱이들을 공기 방울처럼 밀치며 물고기는 물에서 숨 쉬고 사람은 공기 속을 헤엄치며 자라지만 물고기에게는 공기 벽이 철판 같아서 공기 벽에 닿을 때마다 눈동자가 불거지고 나는 이 딱딱하고 캄캄한 공기 속을 유영하며 사람 몸을 가지고서 딱딱한 블랙홀 같은 사과 씨 하나 바라보며 이 세계를 어딘가에 다시 심어볼까 고민하다보면 끝이 없는 문장에 내가 놓여 있고 자라기만 하는 한 우주가 생겼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누군가가 먼지보다 작은 몸으로 내 손을 보고 있다면 화이트홀처럼 우주 하나를 쥐락펴락하는 커다란 손길이 보일 듯 말 듯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반쪽의 사과 속에 몇 개의 은하가 들어 있어서 어떤 별의 입자는 바삭하고 단물이 즙이 되어 나오고 또 어떤 성운은 푸석하고 허공 같으리라 여겨져서 이 아침은 너무 아득한 시간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끝까지 투명하구나에게로 가고 있어서 한 알의 사과 위에 보이지 않은 한 점 세균처럼 앉아 끝이 보이지 않는 사과나무의 뿌리 쪽부터 우듬지 쪽까지 쭉 살펴보면 사과는 별들처럼 참 많이도 주렁주렁 열려 있고 그 중 한 개의 사과를 누가 똑 따서 먹고 그 씨앗을 다시 심으면 새 우주가 통 나올 것인데 사과가 아무리 많아도 모든 사과는 사과라는 말에 갇히듯 아무리 다른 우주가 나오더라도 그건 우주라는 감옥일 것이니 우주이거나 나무이거나 나는 다만 초랑초랑 사과나무처럼 계곡처럼 자라는 우주 한 귀퉁이에서 코로나처럼 사랑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에는 블랙홀처럼 검고 딱딱한 씨앗 하나를 들고 있으니 손톱 끝으로 톡 누르면 블랙홀도 사과 씨처럼 딱딱할 지도 몰라 깨뜨리면 흰 속이 드러나며 파괴되어 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지만 땅속처럼 시커먼 허공을 파서 심으면 별이 열리는 한 그루 사과나무가 될 것이니 제발 나는 블랙홀을 손끝으로 깨뜨리지 말아라 마음을 먹고 사과를 먹으면서 씨앗을 먹지 않았던 게 한 우주의 탄생을 막지 않은 것이라는 우주사적인 생각에 딱딱한 허공으로 나무뿌리 같은 미소를 슬쩍 밀어 넣어보면서 사과는 달구나 사과를 막지 않은 것은 아침다움이라 여기며 전 우주의 자람이 사과 한 알 속에 묻은 바이러스 하나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아침에는 사과를 사람을 사랑을 막지 말자 먹고 심자란 생각이 끝나지 않는 문장 끝에 별처럼 사과처럼 덜렁 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