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말은 자신을 담아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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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말은 자신을 담아내는 그릇
  • 장강뉴스
  • 승인 2022.10.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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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민통장흥군협의회장)
김경한
김경한

요즘 정치판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을 들었을 것이요. 양의 대가리를 내어놓고 실은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으론 훌륭하게 내세우나 속은 변변찮다는 뜻이다.

삼사일언(三思一言), 한마다 말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고 삼사일행(三思一行), 한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 항상 말을 뱉은 후나 행동을 행한 후에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말은 의미하는 언(言)의 구조를 뜯어보면 매우 흥미롭다. 두 번(二) 생각한 뒤에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뜻 같다. 사람에게는 인품이 있듯 말에도 품격이 있고 그 품격은 곧 인품(人品)이란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말의 힘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로 흥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말로 망하는 자도 있다. 고위층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반대로 복잡한 상황이 쉽게 정리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갖는 파장과 위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의 품격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남보다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웃겨야 한다는 조급함이 막말을 낳고 튀엉 한다는 조바심이 망언을 토해내게 한다.

따라서 언어의 붕괴는 문화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대를 비추는 겨울이자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하는 날줄과 씨줄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은 한 사람의 그림자이며 언품은 대화를 이끄는 힘이라고 한다. 언품에 진심이 더해지면 상대의 입과 귀를 열고 마음까지 얻게 된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언어의 입도 예외는 아니다.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자신의 말은 반드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주장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말이라는 흉기에 찔린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말은 그 상처의 틈새로 파고들어 감정의 살을 파헤치거나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말로 생긴 상처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은 사상을 담는 그릇이며 마음의 소리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빛을 갚기는 커녕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더러운 말이 마음에서 떠올라 들끓을 때 입을 닫아야 한다. 말을 줄일지 살릴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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