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화 시민기자의 「이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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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화 시민기자의 「이웃이야기」
  • 장강뉴스
  • 승인 2021.07.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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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남(봉사에 미친 남자) 봉미녀(봉사에 미친 여자)와 함께 ‘살맛나는 세상 만들기’

장흥의 92살 할머니 집 계단 손잡이 만들어 주고, 친환경 필수품 나눠줘

92살 할머니 집 계단공사
92살 할머니 집 계단공사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장님과 안부 전화를 하던 중 땅이 꺼지는 한숨과 함께 할머님 한 분을 많이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가 울분을 터뜨린 사연은 이랬다.

올해 92살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가 집에서 세 번이나 넘어졌는데 군에 연락하니, 그건 자식들이 할 일이라며 단호하게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 자녀분들한테 연락해 보셨나요?" 궁금해서 물었더니 "말도 마시오, 정말 열 받아 죽것당께" 더 이상 물어 보지 않아도 대충 눈치를 차리고 이장님을 진정시켰다.

황인화 시민기자
황인화 시민기자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키고 바로 다음 날 아침 그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님 빨리 할머님댁으로 갑시다."

시골은 땅의 습한 기운을 고려해 마루와 땅의 높이가 있는 집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계단이 대부분 설치돼 있다.

그런데 할머니 집 계단은 92살 노인인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되어 있었다.

고령의 노인이 계단을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 양쪽에 손잡이 대용 봉이 없는 것이다.

계단 양쪽에 잡는 봉이 없으면 젊은 사람도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가 있어 대부분 설치한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는 계단 옆에 잡을 수 있는 봉이 없었다. 이는 할머니 한 분만이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대부분 소외된 어르신들의 집에 설치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계단공사
계단공사

 

이렇다 보니 소외된 어르신들이 계단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뼈라도 다치면 거의 사망 선고 수준(거동이 불편)이라고 한다.

할머니 집 계단을 보고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공사 할 계단을 사진 찍고 사이즈를 적어서 봉미남(봉사에 미친 남자)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봉미남은 공사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기에 문자로 사연과 사진을 보냈다.

다행히 봉미남과 주머니 털어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만난 친구들이 일요일에 시간에 맞추어 나와 주어 다행히 힘을 모아 무사히 공사를 잘 마무리했다.

이웃 할머니 친환경 필수품 나눔
이웃 할머니 친환경 필수품 나눔

 

또, 마을에 아프고 힘든 할머니 한 분 더 뵙고 친환경 필수품을 나누어 드리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친환경 필수품을 나눠드린 할머니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군에서 120만 원이나 들어 만들어 준 계단이 너무 필요 없이 넓고 불편 하다는 거였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 혼자 사시는 데 필요 없이 옆으로 넓게 마당을 차지하고 있었고 계단 높이가 높아 불편해 보였다.

또, 양쪽 난간 폭 넓이가 너무 넓어 양쪽을 잡고 내려올 수 없는 점도 문제였다.

봉미남 봉미녀 할머니집 계단공사
봉미남 봉미녀 할머니집 계단공사

 

몸이 아프고 불편한 노인분들이라서 양쪽을 잡고 내려오는 것이 덜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을 직접 본 사람들이 공감했다.

돈은 너무 많이 들었는데, 효율성이 떨어져 보였다. 사용할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면 좋았을걸,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계단 손잡이를 만들어 준 할머니가 편하게 사용한다는 소리를 듣고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계단공사
계단공사

 

함께 봉사했던 사람들 중 봉미녀(봉사에 미친 여자)를 소개해 본다.

어느 날 우연히, 마음에 맞는 친구 한 명을 만났는데 내가 별명을 하나 지어 주었다. 그 이름이 봉미녀다.

봉미녀는 쓸만한 물건이 눈에 띄면 고쳐서 어려운 이웃에게 갖다 주고, 불편한 어르신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집안 구석구석 손봐주고 있다.

또, 힘들게 농사지어서 힘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그녀도 바쁘고 힘든데 "세상에 이런 분도 있구나…." 나는 생각 했다.

그러던 중…. 저녁에 무언가를 전해 줄 것이 있어 만났다. 그녀가 달밤에 손을 꼭 잡고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같이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자 친구야" 집에 오면서 밤하늘에 떠 있는 달 빚을 보니 왜 이리 내 마음이 뭉클한지,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봉미녀와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외되고 몸도 불편한 할머니 두 분이 너무 좋아하며 고마워하니, 제가 마음속으로 오히려 "할머니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 미소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니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말을 실감한 행복한 하루였다.

나는 이 길을 계속 가려 한다. 혹시 이 글을 친구가 볼지 모르니, 한마디 하고 싶다.

“고맙다. 친구야~~~ 그때 달빛 아래 내 손 잡아 주어서”

완성된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할머니
완성된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할머니

 

봉미남과 봉미녀 그리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과 7~8월경 이웃주민인 눈이 보이지 않는 두 남자 집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이 안 보이니 고춧가루, 소금, 설탕을 구별 못 하고, 뜨거운 물이 위험하니 밥도 못 해 먹고 사는 기막힌 사연을 가진 분들 댁에 가려고 한다.

한 분이 깔고 자는 요 패드가 없어 냉기 있는 방에 자고 있어, 이불과 요 패드와 친환경 생활필수품을 준비해서 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동네 할머니 한 분도 역시 계단에 잡는 봉이 없어 넘어진다 하니, 난간 공사도 할 계획이다.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다들 어려운데 주머니 털어 같이 움직이는 친구들이 있어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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