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가을(秋)이 가면 겨울(冬)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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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가을(秋)이 가면 겨울(冬)이 온다
  • 장강뉴스
  • 승인 2020.10.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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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논설위원)

가을은 입추(立秋)일부터 (8.7~11.6) 입동(立冬) 전일까지 가을이다.

최일중
최일중

10월 8일 한로(寒露) 23일(霜降)이다. 10월은 사랑하기 좋고 사랑받기 좋은 달이다. 받은 사랑으로 모두가 행복한 10월에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하다.

그래서 10월은 사랑을 많이 해야 한다. 가슴 따뜻한 사랑을 해야 한다. 하늘은 높고 마음은 깊고 10월이 그렇다. 사랑으로 채워야 해서 그렇고 기분이 들뜨게 된다.

들뜬 기분에 사랑을 담아 행복이 될 수 있게 사랑을 이어 담는다. 넉넉한 내 10월에는 주위를 돌아보겠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은, 우리 모두의 10월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10월에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해지길 빌겠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또는 수확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단풍의 계절, 국향의 계절, 낙엽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 4계절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여름의 고되고 긴 더위 탓인가. 쾌청한 가을의 끝은 아쉽다. 곧 겨울이 오겠지. 찬 공기 가득 실은 매서운 바람도 더러 오겠지. 가을은 창문을 열어 무작정 떠나야 한다.

떠나면서 가을의 숨소리를 들어야 느낄 수 있다. 차창을 열고 들녘을 보라. 비록 내가 심어놓은 추수할 곡식은 아니더라도 황금알이 조랑조랑 달려 있는 벼들이 눈부시다.

또 부러질 듯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바라보면 배가 부를 것이다.

가을은 입으로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 말을 해야 느낀다. 가을을 예찬한 어머니의 사진 중에서 따온 정여수 작가의 작품이다.

흔히 봄은 꽃과 다투고 여름은 태풍과 싸운다고 하지만 가을은 다투지 않는다. 내려놓을 뿐 자기 비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을은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벌거숭이가 되어 겨울로 간다. 가을은 시(詩)가 있는 계절, 가을에 숲을 거닐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로멘티시즘의 주인공이 된다. 조각달을 물고 기러기가 돌아가는 길 그 가을 길에 노오란 은행잎이 가득하다. 가을은 바람의 수다가 있어서 좋다.

가을바람에 뒤척이는 나뭇잎들 한잎 한잎 돌아눕고 마음 흔들리는 가지에 외로움의 등불을 걸고 혼자서 즐기다 취해 봄도 좋을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정취와 사정을 만나 볼 수 있다. 그것은 오직 가을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흔히 한로(寒露)에는 홍안래빈(鴻雁來賓) 기러기가 초대받아 온다. 작입대수위합(雀入大水爲蛤)-참새가 줄어들고 조개가 나온다. 국유황화(菊有黃華)-국화 노랗게 된다. 아무리 사는 일이 팍팍하다 해도 높아진 하늘이 가을을 실감케 한다.

폭염이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자연의 섭리는 어느덧 조석으로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을 준다. 하늘의 코발트색이 나날이 짙어지고 분명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이다. 말은 날씨가 좋은 가을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 말은 원래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이 북녘변방에 가 있는 친구가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쓴 시에 나온다.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가 시간이 흐르면서 천고마비로 바뀌었다.

이제 지나간 백로추분 귀뚜라미 합창도 시작됐다. 곤충학자에 의하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기온이 섭씨 24도 내지 26도 일 때 가장 높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폭염도 태풍도 쉴새 없이 쏟아지던 빗줄기도 시간의 굴레 앞에서는 무릎을 끓었다. 코로나19 속의 추석 명절도 지냈다.

들녘의 벼도 머리를 숙이고 수확이 한창이다. 이렇게 자연은 호된 시련을 주기도 하고 또 반드시 인간에게 안식과 수확을 주기도 한다.

가을의 기는 곧 우리의 옷 소매에 스며들었다. 가을이 익어가는 형형색색 변화된 모습을 바라본다. 푸르렀던 시간을 지나 낙엽되어 땅에 내려와 지난 세월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시간이 지나고 내일의 우리도 낙엽처럼 낙하되어 땅에 묻힐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움을 줄 수 있을까.

가을이면 세상이 벗의 마음처럼 한결 밝아진다.

밤이라도 푸른 달빛처럼 다가오는 사물들의 영상이 선명해짐을 느낀다.

그렇길래 돋아나고 흩어지던 인연들의 그림자가 마음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가 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刑棘)-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뜻이다.

우리 인간은 책을 읽어 넓은 상식, 깊은 지식, 높은 교양, 이와 같은 사람이 사람 된 구실을 가르치고 일깨우고 만들어 주는 것이 책의 가치인 것이다.

가을은 기다림과 그리움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가을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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