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이미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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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이미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 장강뉴스
  • 승인 2020.03.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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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성균관 전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춘의 계절이건만 거리와 식당은 텅텅 비었고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지구를 덮친 우환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고대하고 있다.

최일중
최일중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 기술을 발달시킨다. 그리고 누군가가 기본 욕구를 채워줄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그 누군가란 생명을 준 사람이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우리의 욕구를 돌봐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기를 기대한다. 주 양육자가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기대는 여전히 작용한다.

딸 아이가 네 살 때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았다. 문득 보니 딸아이가 이모가 시킨다고 장난감을 치우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왜, 이모 말은 그렇게 잘 들으면서 엄마말은 안들어”라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니까, 엄마는 나를 사랑하게 되어 있지만 이모는 아니잖아” 즉, 아이는 이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신경썼지만 엄마의 사랑은 받으려 애쓸 필요 없다는 것을 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니까. 엄마는 그냥 사랑하니까.

신생아 때 아기의 생존은 절대적으로 부모 혹은 주 양육자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먹여주지 않으면 아기는 죽는다.

그렇게 애착의 과정은 출생직후부터 시작된다. 아기의 두뇌는 육체적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애착을 형성하도록 되어있다.

즉, 애착의 첫 번째 목적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아이일 때 우리는 부모에게 위로와 인정을 기대한다. 다치면 부모에게 달려가 적절한 조치를 받으려 하고 잘했을 때는 칭찬을 기대한다. 이는 애착 과정상의 자동적인 행동이다.

이때 부모가 그런 욕구에 민감하다면 안정애착이 형성된다. 반면 부모의 관심이 간헐적이거나 아예 없거나 가학적이라면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다. 어릴적 우리가 불안정 애착을 해석하는 방식은 단 한 가지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 중 한쪽이 없거나 무관심하거나 가학적이라면 아이는 그런 부모의 행동을 부모의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결함으로 받아들여서 만약 내가 더 사랑스런 아이라면 부모님이 항상 내 곁에 있어 줄 텐데, 나한테 이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무관심 학대는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받을만하지 못하고 결함 있고 부모의 시간이나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부모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아이에게 너무나 위협적이고 두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아이의 물리적 생존은 말 그대로 부모에게 달려 있지 않은가. 아이의 머릿속에 부모는 완벽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 차원에서 아이는 문제가 자기에게 있다고 믿어 버린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렇게 각인된 믿음,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고 사랑받을만하지 못하며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부모가 자기를 대한 것과 똑같이 대하는 친구나 배우자를 선택한다.

이런 믿음은 계속 반복되어 두뇌의 잘 닦인 경로가 되고 자동적인 행동 패턴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잘 닦인 길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목적지에 다다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목적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떻게 거기에 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와 다른 길을 택해서 최종결과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몽유병 환자처럼 꿈속을 걷는 인생을 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꿈에서 깨어난 그 순간을 기억하며 그것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또 당신을 애착유형에 따라 규정하거나 이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데 대해 원망이나 부족한 느낌이 들게 하려는 게 아니다. 애착 과정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옳지 않은 생각, 믿음, 행동 패턴을 제대로 인식되도록 돕고 진정한 변화를 위한 기술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과거의 해로운 기억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통찰하면 인지하게 되고 인지는 변화를 가져올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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