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고난(苦難)속에 편안(便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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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고난(苦難)속에 편안(便安)이 있다
  • 장강뉴스
  • 승인 2020.03.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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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성균관 전의)

소란스런 세상에 아우성이 가득해도 자연의 운행은 엄연한 것 같다. 경칩(驚蟄)이 지났다.

물기 머금은 봄바람이 며칠 불더니 남녁땅 자드락에 산수유, 매화꽃이 포실하게 피어났다.

최일중
최일중

코로나 19로 이름 붙은 역병(疫病)이 창궐한 지 벌써 두 달여. 세상은 더없이 소란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갈수록 심란한데 그 마음은 아랑곳없이 철없는 봄꽃들은 사방에 피어난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가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3월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일상화되기 만을 바란다.

아이는 태어난 후 1년 동안 엄마를 통해 소망에 대해 배우게 된다. 엄마가 아이에게 안락한 잠자리, 따뜻한 음식, 신뢰할 만한 행동을 보여 주면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자신은 신뢰를 받을 만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고 신뢰감을 통해 아이 마음속에서 소망이 깃들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형성된 삶의 기본 덕목인 소망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이고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찰스 코어만 여사는 애벌레가 나방이 되는 것을 1년 동안 관찰한 뒤 이렇게 말했다. 맨 처음 번데기에서 나방이 나오게 되었을 때 작은 구멍으로 안간힘을 쓰면서 나오려고 하는 나방이 불쌍해서 가위로 구멍을 넓혀 주었다. 그런데 큰 구멍으로 쉽게 빠져나온 나방은 방구석을 기어 다닐 뿐 날지 못했다.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쉽게 번데기에서 나온 탓이었다.

고기를 잡고 있던 어부가 해초가 많아서 고기를 잡는데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렸다. 이 말을 듣던 늙은 어부가 “해초가 없으면 새우 새끼도 없고 새우가 없으면 고기가 있을 수 없어” 라고 말했다. 정말 우리 생활 가운데 해초 같은 장애물이 늘비하게 있다. 영국에서 살아있는 청어는 굉장히 비싼 값에 거래된다. 선원들은 청어를 산채로 가져오라고 온갖 노력을 해도 워낙 성질이 급해서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죽어 버린다.

그러던 중 한 지혜로운 선원이 상어를 수족관에 한두 마리 넣어 보았다. 순간 상어가 청어 몇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러자 많은 청어가 상어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그러는 동안 배는 육지에 도착했고 청어는 모두 살아있었다. 그래서 청어 잡이 어부들은 이 방법을 통해 지금도 청어를 산 채로 가지고 온다.

닭은 태풍이 오면 몸을 날개에 묻은 채 숨을 곳을 찾고 독수리는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서 태풍에 몸을 싣고 유유히 날아올라 안전지대로 향한다. 인생의 폭풍을 만날 때도 두 유형으로 나뉜다.

억울하고 괴로운 일이 닥치면 몸을 숨기고 시련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닭형 인생 여정에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그치질 않는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독수리형 인생은 문제를 해결하는 삶을 산다.

인류 역사는 담대하게 고통을 극복한 사람들에 의해 다시 쓰인다. 서양 속담에 ‘북풍이 바이킹을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나운 바람으로 인해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전했다.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며 자란 나무는 좋은 목재가 된다. 믿음은 우리를 나약한 닭에서 강한 독수리로 바꾸어 놓는다.

병에 약한 꽃나무는 줄기를 대각선으로 자르고 그 자리를 불로 태운다. 불로 태우면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지고 나무의 부패도 막이 주기 때문이다. 병든 꽃에 가위를 대지 않으면 그 꽃은 곧 시들어 버리고 주변의 꽃들에도 병을 옮기게 된다. 그래서 노련한 정원사는 꽃나무에 가위질해야 할 때를 안다.

사람에게 고난이 없이는 좋은 일을 볼 수가 없다. 어두움이 지나면 빛이 찾아온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다. 미움이나 질투나 음란한 마음에 이끌리면 받는 사람이 많은데 냉정히 바라보면 선한 힘으로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다에 태풍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닷속은 병들고 만다.

가장 볼품없는 숯이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것처럼 시련을 이겨내는 인생은 보석처럼 가치 있는 인생을 산다. 오히려 어렵고 힘든 여정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닭은 폭풍이 오면 피하지만 오히려 독수리는 폭풍이 오면 하늘을 날아간다. 인생도 한계를 벗어나 고난을 즐기는 인생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귀한 생명을 잃어가는 것을 볼 때 슬프고 아프다. 인류는 지금까지 시련과 부딪치고 싸워서 이기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을 찾고 있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처럼 태풍을 피하고 산다면 근심과 걱정은 떠나지 않는다.

사람은 고난과 환난을 만났을 때 강해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약하지만 강한 존재이다. 반드시 피할 길이 있다. 나를 벗을 때 길이 보인다. 고난을 피하면 수고와 슬픔이 끊이지 않지만 독수리 처럼 고난을 즐기는 사람은 참된 평안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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