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안전을 빼앗긴 논·밭두렁 화재에는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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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안전을 빼앗긴 논·밭두렁 화재에는 봄은 오는가
  • 장강뉴스
  • 승인 2020.02.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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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웅(강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최선웅 소방교
최선웅 소방교

경자년(庚子年)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며 봄의 소식을 알리고 있다.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그동안 숨죽였던 식물의 새싹이 돋아나 생명의 태동을 느끼게 하는 봄.

이렇듯 봄은 우리에게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발걸음이자 중요한 시기이다.

농촌에서도 봄은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한해 농사의 시작과 더불어 겨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나와서 처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중 봄이 되면 가장 많이 하는 논·밭두렁 태우는 것에 대해 주의하고자 한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일은 대부분 해충을 사멸시키기 위한다며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병해충 방제효과는 낮고 오히려 토지력을 회복시켜주는 익충의 피해가 높다.

해충은 땅속과 흙 속 잡초 뿌리에 붙어 월동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는다.

오히려 익충을 사멸시킴으로써 두렁을 태운 후 약70여 일이 지난 뒤에서야 식물·동물상이 복원되므로 생태환경 보전 측면에서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비효율적인 관행인 것이다.

또한 논·밭두렁 태우는 행위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환경적인 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봄철인 2~5월에는 매우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 잦아 조그마한 불에도 비화가 되기 쉽기 때문에 논·밭두렁같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인근 산이나 주택으로 번질 위험이 무척 높으며, 잘못하다간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2월에도 장흥군에서는 80대 노인이 농업부산물을 태우다가 인근 목초지로 불이 번지자 불을 끄려다 지쳐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전남에서는 2020년 5월 7일부터 시행되는 전라남도 화재예방 조례 제3조(불 피움 등의 신고)로 논과 밭 주변지역에서 불을 피울 경우 사전에 일시, 장소 및 목적 등을 구두 또는 서면으로 소방본부 또는 관할 소방서로 신고해야하며, 신고를 하지 않아 소방차가 출동한 경우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도록 개정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비생산적인 논·밭두렁 태우는 관행을 자제하고 봄의 만연한 기운을 받으며 인명 및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도록 하자.

안전을 빼앗긴 논·밭두렁 화재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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