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인간관계는 첫인상부터 시작(始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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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인간관계는 첫인상부터 시작(始作)
  • 장강뉴스
  • 승인 2019.12.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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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성균관 전의)
▲ 최일중

12월은 대설(大雪) 12.7 초후(初候) 12.4 할단새(멧박쥐)가 울지 않는다. 중후(中候) 12.9 범이 비로소 교미한다.

말후(末候) 12.14 여정초(천마)가 싹이 튼다. 동지(冬至) 12.22 초후(初候) 12.19 지렁이가 한데 뭉친다. 중후(中候) 12.24 큰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말후(末候) 12.29 샘물이 언다

우리의 모든 관계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만남없는 관계란 있을 수 없고 설사 있더라도 극히 드물다. 만남은 직접 얼굴을 마주한 대면적인 만남이 주류이지만 전화나 메일을 통한 만남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만남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첫 만남일 것이다.

첫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첫 만남에서 형성된 인상을 좀체 바꾸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첫인상을 형성할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쓸 수 있는 정보라고는 기껏해야 상대방의 외모, 목소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럼에도 사람들은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에 별무리가 없다.

무리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은 첫인상으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 든다. 얼굴모습과 체격 그리고 신장 등의 겉모습과 제스처, 말투라는 극히 제한된 정보로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판단해 버린다.

뚱뚱한 사람을 보면 낙천적이고 성격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먹는 것 하나 못 참는 절제 없는 사람으로 여겨버리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마른 사람을 보곤 지적이고 샤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얼마나 성질이 못됐으면 저 나이에 살도 제대로 찌지 못했냐면서 속좁은 사람으로 쳐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란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잣대로 제멋대로 다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더욱이 한 번 형성된 첫인상은 잘 바뀌지를 않고 계속 꼬리를 끌어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첫인상은 왜 바뀌기 어려운 것일까? 극히 제한된 정보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첫인상을 사람들은 왜 바꾸려 들지 않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첫인상이 바뀌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가설 검증 바이어스란 편견 때문이다.

사람이란 누군가의 첫인상을 형성하고 난 다음에는 자신이 내린 판단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내린 판단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받아들이더라도 쉽게 잊어버린다.

뚱뚱한 사람은 절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은 뚱뚱한 사람들의 행동 가운데에서 자기의 생각에 부합하는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아예 무시해 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해 가면서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제멋대로 확신해 버린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심리학에서는 가설 검증 바이어스라고 부른다.

가설검증 바이어스를 입증하는 연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 스나이더와 스완이라는 사회심리학자의 실험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실험에서 실험대상자인 대학생들에게 외향적인 사람들의 특징을 적은 카드를 주고 지금부터 당신이 만나게 될 사람이 이 카드에 적혀진 타입의 사람인지 판단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나서 대학생들에게 만일 당신이 파티의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시끌벅적한 파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이리의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에 차이가 있다는 혈액형 성격학이 들어맞는 듯이 여겨지는 주된 이유 역시 가설 검증 바이어스 때문이다.

혈액형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성격이나 행동만 의도적으로 수집되고 또 그것들이 축적된 결과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믿게 된다. 가령 A형의 경우 내성적이고 소심하다라는 것을 입증시켜 줄 수 있는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A형의 사람이 대범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행동뿐이다 보니 혈액형 성격학이 맞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사람의 성격이란 때와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직장에서는 자상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사람이 집에서는 엄하디 엄한 아버지로 군림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또한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수줍어 말도 잘 못하던 친구가 친한 친구끼리만 모였을 때는 전혀 다른 대범함을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람의 성격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선입관에 의해 형성된 첫인상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는 상대의 성격을 극히 제한된 정보를 자기의 잣대로 재단하여 자기 마음대로 형성한 것이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가설 검증 바이어스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결국 우리가 가설검증 바이어스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 모두는 첫인상에 쓸데없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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