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어버이를 잊음은 잃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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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어버이를 잊음은 잃음과 같다
  • 장강뉴스
  • 승인 2019.05.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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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성균관 전의)
▲ 최일중

우리나라에 사회복지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노인들의 생활고와 자살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면 생각하는 것이 있다.

매섭게 눈보라 치던 겨울 어느 날 아침 선교사가 자가용을 운전하며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다리 밑으로 내려가 사방을 둘러보니 한 여인이 속옷만 입은 채 큰 둥치를 끌어안고 있었다. 둥치를 헤쳐 보니 남루한 옷과 때에 찌든 포대기로 둘러싸인 채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엄마의 품속에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선교사는 이 여인의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아이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아기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동네 아이들이 다리밑에서 주워온 애라고 놀려대자 눈물이 범벅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선교사는 그동안에 있었던 사실들을 말하고 엄마는 뒷산 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고 했다. 눈내린 추운 겨울 어느 날 식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혹시나 해서 엄마가 묻힌 무덤으로 가보았다. 아이는 엄마가 해주었던 그 모습으로 입고 있던 옷과 예쁜 털코트를 벗어 엄마 무덤을 덮어주고 “엄마 이만큼 추웠어요?”하며 무덤을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십 수 년 전 이맘때쯤 라디오방송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효심은 지식교육을 통해 머릿속에 쌓아둔 결정체로 만들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가슴속에서 묻힌 감성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타고난 심성이 빛을 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어릴 때에는 사소한 일에도 날 듯이 기뻐하고 전율을 느끼도록 감동했던 감성들은 성장이 거듭할수록 둔탁해지고 정서적으로 메말라 간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어른에 대한 공경심도 줄어들어 효심이 자리잡을 여백은 갈수록 좁아진다. 교육문제만 나오면 요즘 아이들은 버릇없고 교육하기 힘들다고 아이들 탓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천성은 그대로인데 2400년 전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어른을 존경하지 않으며 어른이 방에 들어와도 일어서지 않는다. 부모에게 말대꾸하고 스승에게 대든다고 했다.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사고를 바꾸고 교육이 변해야 할 때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자연의 품안에서 새들 노래소리에 감흥하고 꽃들과 얘기 나누면서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해 줄줄 외우는 지식의 파편들보다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하고 클래식 음악에도 도취되어 보고 독서를 통한 사색과 명심보감도 읽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귀가 닳도록 효행사상을 외치고 지적으로 제아무리 성장했다 하더라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이 아니면 효는 형식적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잊고 살았던 어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젊은 아들이 팔순을 훨씬 넘긴 노모를 모시고 축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두 차례의 관절염 수술로 걸음걸이가 불편함에도 아들과 같이 하는 시간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셨다. 기억속에 남길 사진을 찍기 위해 자신을 키우실 때 안아주셨던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니를 감싸 안으니 가슴이 울컥해졌다. 평생을 가슴 저리도록 쏟아부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어머니의 어깨에서 초췌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따뜻한 어머니의 가슴이었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새삼 떠오른다.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고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모님에 대한 영원한 잃음이 있기 전에 잊음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가 아닐까 싶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기(子欲養而親不待) 때문이다.

자기수양은 어버이의 혈육으로 태어난 나는 심신 공히 건전한 몸으로 나다운 품격을 기른다.

부모공경은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를 모시고 효도하는 자식다운 도리를 지켜야 한다.

가정화목은 가족이 항상 화목하여 단란한 가정의 화기애애한 가풍을 조성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야 한다.

이웃사랑은 나는 효도행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은혜로운 덕행을 통하여 이웃을 가족처럼 사랑하여야 한다.

나라충성은 우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투철한 국가관과 민족정기를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달프다. 어찌 평생에 고쳐 못한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보는 하루가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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