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나눔의 향기와 베풂
상태바
장강칼럼 - 나눔의 향기와 베풂
  • 장강뉴스
  • 승인 2018.12.10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일중(성균관 전인)
▲ 최일중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에서도 어느새 마지막 달이면 사람들은 숙연해지는 마음의 시간을 갖는다.

곧 인생의 연륜을 하나 더 얹게 된다는 감회 때문이다. 이때 새삼스럽게 인생의 의미도 생각해보면서 지나온 역정을 되돌아 보게 된다. 거기에는 영욕이 교차되어 있다. 그것을 성찰하는 것이 해마다 사람들이 맞는 마지막 달의 자세이다.

나누다란 하나를 둘 이상으로 가르다는 뜻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무엇인가 나누어주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닫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신성한 기적이다.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가 지옥의 주인으로 살던 이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나눔을 베풂으로써 천국의 주민으로 바꾸는 기적 말이다.

나눔은 낯선 타인을 친밀한 이웃으로 손쉽게 해준다. 그러면 세상은 넓어지고 아름다운 시간의 문이 열리게 되며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때로 각박한 세상을 맞는다. 각박한 세상을 탓하면서 자신의 각박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세상은 더욱 각박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면 각박한 세상도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나눔이나 사랑과 같은 절대가치는 항상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가슴을 열길 기대하기보다 내가 먼저 가슴을 열어야 한다.

미국 니코스카잔치키가 쓴 소설에 프란체스코는 어느 날 남루한 차림의 거지를 자기 오두막으로 데려왔다.

그 거지는 눈썹이 다 빠지고 코가 문드러진 나병환자였다. 프란체스코가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고 나자 나병환자는 너무 추우니 당신의 몸으로 자기 몸을 덥혀 달라고 했다. 프란체스코는 망설임 없이 그 더러운 몸에 자기의 몸을 오랫동안 비벼 덥혀주었다.

그러다 둘 다 깜박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이 되어 일어나 보니 침대에서 자던 거지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피고름이 흐르던 나병환자의 몸을 감싸고 잤는데도 프란체스코의 몸과 침대에는 더러운 이물질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프란체스코는 즉시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나병환자로 저를 찾아오셨었군요. 주님과 같이 동침했으니 이 기쁨을 무엇으로 다 표현하리오.

가장 작은 자에게 물 한 그릇을 대접하면 그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예수는 가르치셨지요. 프란체스코는 예수의 이 가르침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기보다 큰 존재와 하나되는 신비를 경험하는 은총을 얻은 것이다.

우리는 나눔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가진 소유가 많아서 나눌 수 있다고 물질적 소유가 없다고 정말 나눌 것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다.

따스한 미소, 사랑의 입맞춤, 긍정의 눈짓, 함께 울어주는 눈물도 물질적 나눔이상으로 우리가 만나는 상대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꽃향기가 우리르 배부르게 하지 않지만 꽃향기에 취해 생기를 얻고 꽃향기를 들이마시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 않던가요.

나눔을 베풀 때는 아무런 사심(私心)이 없어야 한다. 인도의 한 무명시인은 사심없는 나눔을 이렇게 노래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험한 날이 닥쳐오더라도 스스로 험해지지 않는다.

부서지면 부서지면서도 도끼날을 향기롭게 하는 전단향나무처럼 이처럼 우리의 나눔에 사심이 없으려면 나눔은 우리 안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향기를 내뿜는 꽃이 나무가 제 몸 안에 풍부하게 고인 향기를 세상을 향해 내뿜듯이 나눔은 우리 안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자비심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나눔일 때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삶의 풍요와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베풀다, 배려하는 마음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즐겁게 한다. 깨끗한 마음으로 재물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베풂을 말한다. 배려는 받기 전에 주는 것이며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작은 일에 감동을 받는다.

작은 것이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동전 몇 개로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시내버스비 1400원인데 1300원 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본 사람은 100원을 주는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이처럼 나눔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이런 나눔의 문화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 있다. 우리 젊은이들도 이젠 기부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눈다는 것,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위하는 것이 곧 우리의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나눔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