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강진으로 떠난 독서인문학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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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강진으로 떠난 독서인문학 캠프
  • 장강뉴스
  • 승인 2018.07.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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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완주한별고등학교)
▲ 박지혜

학교에서 진행하는 캠프 프로그램은 그 캠프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독서 인문학 캠프를 가는 것은 이번이 2번째인데, 담당 선생님이 바뀌어서 그런지 처음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을 달려 시문학파기념관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문학파 기념관에선 천세진 시인과 함께 푸소체험 쪽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먼저 천세진 시인의 특강을 들었다. 시인이 들려준 문학이야기는 나의 흥미를 돋웠다. ‘인간은 생물 중 가장 우수한가?’, ‘옛날 사람들보다 현대의 사람들이 뛰어난가?’, ‘개인지성은 집단지성과 같이 발전하는가?’의 세 가지 물음을 던져주며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첫 번째 ‘인간은 생물 중 가장 우수한가?’ 솔직히 이 물음에 대해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면 나는 아니오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특강을 들은 지금도 그렇다. 특강에서는 모든 동물이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고 그것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인간처럼 복잡한 언어체계를 가진 생물은 없다라며 물음에 대답을 했다. 물론 인간 같은 언어체계나,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따라올 생물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생물은 번식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반면, 인간은 서로 시기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생존욕구 제외)을 채우기 위해 무수히 많은 동족을 죽인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그저 자원, 재미, 인종차별 등을 위해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수하기는커녕 인간은 가장 어리석은 동물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옛날 사람들보다 현대 사람들이 뛰어난가?’ 이것 역시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다. 예전부터 쌓아온 지식이 있기에 현대 사람들이 더 뛰어나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예전 사람들도 스스로 터득하고 쌓아온 바에 의해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게 하면서 과학적 원리를 운용했다. 예로 한옥의 처마나 마루, 팔만대장경판을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등은 현대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이다. 특히나 해인사의 환경을 이용한 과학 원리는 팔만대장경판을 지금까지 보존시키는 데도 한몫했고 계속 그럴 예정이다. 따로 보존공간을 만들어도 거기에 팔만대장경판을 옮겨놓으면 판이 변한다고 하니 예전 사람들의 지혜에 한 번 더 감탄할 만하다.

세 번째 ‘개인지성과 집단지성은 함께 발전하는가?’ 이 물음이 가장 관심을 끌었는데 당연히 개인지성과 집단지성은 같이 발전하는 건 줄 알았다. 개인지성이 쌓여서 집단지성이 되고 그것을 토대로 개인지성 역시 발전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정말 흥미로웠다. 인류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집단지성이고 이것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도서 수의 변화, 학회 논문 수의 변화 등을 자료로 보여주어 사실성을 높였는데 어마 무시한 변화였다. 더 놀라운 것은 개인 지성이 집단 지성의 조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빠르게 발전해나간 집단지성과 달리 개인지성이 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예로 사람이 1년에 100권을 읽는다고 한다면, 글자를 배우고 노년에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을 생각하여 넉넉하게 60년의 시간을 잡아보자. 일생동안 600권의 지식밖에 얻지 못한다. 대학 도서관에 있는 도서가 몇 백만 권인 것을 생각하면 조족지혈이다. 이렇듯 개인지성은 집단지성의 조각일 뿐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시문학파 건물을 뒤로 조금 걸어가 도착한 영랑생가. 영랑 김윤식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유하게 태어나 그다지 어렵게 자라지 않았는데, 이후 순수시를 쓰는 것에 대해 이런 부유함과 관련지어 대중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중을 이해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라고 해도 굳이 저항하는 시만을 써야 될까? 물론 시를 써서 저항심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순수시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시대이기에 순수시를 쓸 수도 있다. 고통 받는 현실에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순수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것 같다.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독서 인문학캠프가 끝나서 집에 가는 게 좋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귀중한 경험을 얻은 것 같아서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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