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고 27회 3학년 1반 졸업생 모임인 ‘삼일회’가 제44회 스승의 날을 맞아 고교 시절 담임선생님을 모시는 사은회를 겸한 동창 모임을 가졌다.
지난 17일 머리 희끗한 중년 20여 명이 모인 광주 천변로 한정식 식당에는 가슴에 꽃을 달고 있는 분이 선생님인 줄 알지 얼굴로는 얼핏 스승과 제자를 구별하기 힘든 또래들처럼 보인다.
59년 돼지띠가 대부분으로 60대 후반인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격동기를 직접 겪은 세대들이기도 하다. 분기별로 모이는데 2분기는 매년 스승의 날 전후해 당시 담임 조규찬 선생님(현 82세)을 모신다.

고교 졸업 후 진학과 취업으로 잠시 흩어진 뒤 1986년부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있으니 40여 년이 다 되어 간다.
교권 추락과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없다는 사회 분위기에 삼일회의 스승 존경은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회원 다수가 공직자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공기업 대표를 비롯해 학교장, 교사, 경찰과 특히 사무관 이상 공무원 출신이 많은데 전남과학고 김석수 교장, 2019년 장흥과 강진군청에서 기획홍보실장으로 동시 퇴직한 방해권, 윤영갑 서기관도 이 모임의 일원이다.

조규찬 선생 담임은 오랫동안 교직에 있었지만 삼일회 회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제는 건강 잘 챙겨야 한다며 나이가 들면 친구들과 교류가 적어지니 고집과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이기려 하기보다는 양보하며 져주고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고 부탁했다.
식사가 끝난 뒤 퇴직 후 회원이 취미활동으로 배운 하모니카와 단소, 색포폰 연주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선생님과 내년을 기약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각자의 삶터로 돌아가는 회원들의 모습처럼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