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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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1
  • 장강뉴스
  • 승인 2023.05.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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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 신작 시 - 이거나 나쁜

내가 산 주식은 가격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살아있는 아침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콧노래를 부릅니다 거짓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안심입니다 낙엽들은 바깥을 시끄럽게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당신을 압축할 수 있다면

코끼리 떼 같은 마음을

풀어 놓으면 잉크처럼 물고기처럼 당신의 마음이

다시 뭉치면 모래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베어진 벼 포기에서 새싹이 났습니다 논둑의 풀들은 채널이 많은 가을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껍질에서 얼굴 하나가 보입니다 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얼굴입니다 당신의 모습은 아닙니다

이따금 구겨진 비닐에서 나뭇잎의 얼룩에서 당신이 보이는 것도 같았습니다만

당신은 너무나 뚜렷해서 보이지 않습니다

점심은 뭐 먹을 거야?

말하는 갈치조림에도 김치찌개에도 두루치기에도 추어탕에도 칼국수에도 된장물회에도 짬뽕에도 없는 당신

지금 웃었지요?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은 1967년 장흥 장동면 만수리 태생. 199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코끼리가 쏟아진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귀가 서럽다〉 〈물 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장편소설 〈청앵〉 〈열세 살 동학대장 최동린〉 등 ◆연구서 〈시문학파의 문학세계 연구〉 〈시톡1〉 〈시톡2〉 〈시톡3〉

◆산문집 〈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 〈이름만 이삐먼머한다요〉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 등을 펴냈고, 〈조태일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전남문화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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