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A중학교, 멀쩡한 학생 장애로 둔갑…“특수반 채우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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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A중학교, 멀쩡한 학생 장애로 둔갑…“특수반 채우기 의혹”
  • 임순종 기자
  • 승인 2015.05.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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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같지도 않는 것”…교감 남편인 교육청 과장 ‘교사 폭언’
주민들 “사람이 할 짓이 아닌 일을 어찌 학교에서” 분노 경악

강진의 한 중학교에서 멀쩡한 학생을 지적장애아들을 위한 특수반에 배치해 인권침해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전교조 전남지부에 따르면 강진 A중학교는 특수반 학생이 단 1명뿐으로 특수반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자 정상 학생을 이런 저런 구실로 특수반에 집어넣었다고 밝혔다.
특수반이 없어지면 학급수 부족으로 교감자리마저 없어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측이 취한 조치라는 게 전교조 측 시각이다.
또 이 일과 관련해 교감의 남편이자 장흥교육지원청 과장이 학교에 찾아와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전남지부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A(15)군은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3월2일 특수반 담당교사로부터 "(넌) 내일부터 특수반이다"는 통보를 받았다.
A군은 특수반 편입 사실이 학교 안팎으로 퍼지면서 가출과 결석을 반복하는 등 맘고생을 해야 했다. "학교 측에서 '공부를 잘 가르쳐 주겠다'고 해 조사에 응했는데, 정신적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말았다"는 게 A군 가족의 주장이다.
A중학교는 기존 2명이던 특수반 학생 중 한 명이 졸업하면서 특수반에 올해 한 명 밖에 남지 않게 되자 학급 유지에 나섰다.
교장은 지난해 9월 특수학급 지도교사를 불러 “특수교육 대상학생을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A군이 학습장애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학습장애가 아닌 것으로 판명나자 학교 측은 다시 정서행동 장애로 몰아갔다.
당시 학교 측은 A군 가족에게 전화해 “성적이 부진해 개별화 특별교육이 필요하다. 통학비도 주고, 고교 진학도 자동으로 풀린다”며 서명을 받아낸 뒤 이를 ‘특수학급 대상자 학부모 동의서’로 만들었다.
“주의력 결핍 장애로 추정된다”는 의사소견서를 “정서장애가 있다”고 확대해석, 특수반 편입 근거로 삼았다.
A군 측의 항의와 민원이 이어져 전남교육청 현장조사가 나선 끝에 A군은 지난 3월20일 일반학급으로 다시 편성됐다.
이에 대해 교장은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신청만 하고 전문가들인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과 부모님에게 충분히 안내했고 부모님이 원해서 한 것이지 예산배정이나 교감자리 유지를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10여 일 뒤 교감 남편인 장흥교육지청 B과장이 A중학교로 찾아와 담임교사에게 “왜 내 아내를 괴롭히냐”고 거칠게 항의, 교권침해 논란까지 일어났다.
교사·교장·장학사를 거쳐 장흥교육지원청에서 일선 학교 교육관리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B 과장은 ‘자유학기제 지역협력체계구축 관련 협의’를 해야 한다며 출장신고를 낸 후 관할 구역을 넘어 30㎞ 떨어진 강진 A중학교를 찾았다.
B 과장은 공적공간인 교무실에 찾아와 “민원인으로서 왔다”, “누가 내 아내를 괴롭히느냐?”, “담임이 누구냐”며 언성을 높이고,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모 교사에게 “선생이 맞냐”, “선생 같지도 않은 것이”, “복장이 그게 뭐냐”는 등 17분여동안 모욕적인 말들이 고스란히 녹음 돼 B 과장의 막가파식 언어폭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김 교장은 “눈병이 있어서 안약을 넣고 교장실에서 쉬고 있는 사이에 벌어졌다며 자신은 잘 몰랐다”며 옹색한 변명을 늘어났다.
B 과장은 “아내(교감)의 건강이 안 좋아 입원해야 한다는 소식에 업무복귀 중 잠시 입원에 필요한 소지품들을 챙기기 위해 들렸다”며 “김 모 교사에게 반말 등을 사용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김 교사의 복장 등을 문제 삼은 것은 교사로서 배우는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적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B 과장은 “자꾸 언론에 오르내려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평생 배운다는 자세로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장흥교육지원청 박봉수 교육장은 “본 청 소속 직원이지만 관할지역내에서 발생한 문제도 아니고 인사와 징계권이 도교육청에 있는 상황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 도교육청의 조사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이 사태로 인해 가장 상처받고 힘들어 했을 사람은 해당 학생이다. 단 한 번도 무단결석하지 않았던 학생이 특수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혀 마음에 상처를 입고 3, 4월에 걸쳐 여러 차례 무단결석을 했다”며 “해당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씻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교 구성원들의 돌봄과 지원, 구체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A군의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며, 전교조는 특수학급 강제 편입과 관련한 정식 감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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