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장흥 향우 - 신재춘 전 전남도 중소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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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장흥 향우 - 신재춘 전 전남도 중소기업과장
  • 서호민 기자
  • 승인 2018.02.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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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춘 전 전남도 중소기업과장이 지난해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퇴임했다. 장흥 장평출신의 향우로 도청의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통으로 명예퇴직 후에는 고향 발전을 위해 지역민과 함께 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평생 공직에서 익힌 노하우를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의미 있고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신재춘 향우를 만났다. / 편집자 주

 

신재춘 향우 “행정가 필수 덕목「청렴·공정·전문성」…행정의 최고 가치는 주민복리 우선”

▲ 신재춘 향우

Q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저는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세대를 대표하는 소위 ‘58개띠’입니다.

장흥 장평이 고향입니다. 형제간은 3남 1녀중 장남으로 전형적인 촌놈입니다. 장평초등학교와 장평중학교를 거쳐 광주진흥고와 부산동아대(영문학과), 전남대학교 정책대학원을 나왔습니다. 공직에 입문해서 30여년 동안 평생을 공직자로서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31일자로 전남도청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을 하고, 현재는 장흥읍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Q공직생활 동안 주요 근무지 및 주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30여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전남도청에서 일 했습니다. 첫 발령지인 광양군청 내무과를 거쳐 도청으로 전입한 후 퇴직할 때까지 전남도청을 떠나지 않은 도청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청에서 주요 보직은 민선1기와 민선2기 도지사를 역임한 허경만 도지사의 비서(6년), 법무관실 행정심판업무, 전남도청 인사계장, 감사계장, 회계감사계장, 공직감찰계장, 세정계장 등을 거쳤고, 규제개혁단장, 중소기업과장을 거쳐 부이사관(3급)으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저는 공직기간동안 일복은 타고 난 것 같습니다.

재직 중에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몇 가지만 간추려 말씀드리자면 우선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지금은 학교급식 지원이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우리 도가 제정한 학교급식조례에 대해 내무부에서는 학교급식은 교육학예사무로 교육청 소관업무로 도 조례 제정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교육부는 교육업무에 대해 전남도가 왜 간여 하냐며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전남도와 첨예하게 대립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무부와 교육부의 생각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지요. 대법원까지 제소되었고 결국은 국무총리의 조정으로 우리도의 학교급식조례 제정이 인정받아 전국으로 파급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인사계장 재직 시에는 전국 최초로 공무원승진후보자순위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공무원승진후보자순위를 공개한다는 것은 공무원 세계에서는 인사권자가 인사권한을 아주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이라서 쉽지 인사권자인 도지사 입장에서 승진후보순위를 공개한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인사분야에서 청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철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당시 도지사를 설득해서 공개를 단행했고 그 덕분에 당시 전남도청의 인사분야 청렴도는 전국 최고를 유지했습니다.

감사계장과 공직감찰계장 시절에는 투명하고 공정한 감사와 조사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확립했습니다. 그리고 감사를 위한 감사에서 벗어나 몰라서 일어난 업무실수는 지도하는 반면, 횡령, 예산낭비 등 고의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했습니다.

세정팀장으로는 한국전력이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원자력발전세를 2배로 인상하는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이 결과 전남도의 원자력발전세를 매년 650억 증액한 일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자부와 한국전력의 반대를 이겨내고 이룩한 성과였습니다.

중소기업과장 재직 시에는 전통시장 살리기 위한 시설현대화와 주차장 확충사업, 청년창업 지원 및 청년상인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 청년실업자의 창업을 돕기 위한 청년펀드 조성, 특히 이낙연 도지사와 함께 열정적으로 추진한 서민 빚 탕감 및 지영업자 지원시책 추진은 지금 문재인정부의 정책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러한 우리 도의 시책들이 문재인정부에서 채택되었고 전국이 우리 도에 와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Q도 행정과 장흥군의 행정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우리나라 행정역사상 도청만큼 단단한 조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중앙부처는 장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업무추진에 일관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관 눈치보기에 급급한 면이 없지 않죠. 반면에 도는 안정되어 있습니다.

도청이 생긴지가 110년이 넘었고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흔들릴 이유가 없는 곳이 도청입니다. 시군에서는 좁은 지역에서 시장군수 선거에 공직자들이 휩쓸리다보니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많은데 도청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는 시군에서 가장 우수한 직원들이 공정한 선발시험을 거쳐 모인 집단이라서 서로 간에 경쟁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밤에 도청을 보면 밤 늦도록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도에서 도내 22개 시군을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흥군의 행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장흥군도 예외는 아닙니다. 군수의 행정철학, 리더쉽, 행정경험이 군정을 좌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3년전부터 장흥읍에 거주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장흥군민들의 여론을 듣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동안 장흥군은 지역주민들께서 칭찬보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습니다. 그런 걱정들이 틀린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 가뭄으로 모내기를 못해서 농심은 타 들어 가고 있는데 군수는 출향향우들과 면 복지회관에서 밤 늦도록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 모습이 오늘의 장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군청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깨지면 군정은 바로 설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이 군 행정을 믿지 못하면 행정을 추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주민신뢰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이 달라집니다. 지금 장흥은 지금 이대로는 바로서기가 힘들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자리가 사람 만든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그 자리에 앉으면 잘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틀린 말입니다. 과거 행정은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답습할 때는 그럴 수 있었지만 요즘 행정은 전문화되고 복잡해져서 아무나 잘 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곁눈질로라도 배웠겠지만 권좌에서 탄핵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잘하고 싶었겠지만 잘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행정은 새로운 주민의 욕구를 충족하고 날마다 바뀌는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습니다. 의욕만으로는 잘 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30여년을 눈만 뜨면 행정을 수행하고 행정에 정통하다고 평가받은 저 조차도 날마다 새로운 행정환경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지금의 장흥은 많은 노력과 고통을 이겨내야만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장흥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아주 소수의 공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장흥의 현실과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Q공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마음자세 또는 조건이 있다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노무현 대통령때 중앙인사위원회라는 정부조직이 있었습니다. 공직을 맡을 사람을 선발할 때 널리 인재를 구하고,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등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세가지로 요약되었습니다. 청렴, 공정,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청렴’은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잘되지를 않고 있습니다. 2017년 정부기관의 청렴도 평가결과 장흥군은 전국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로 평가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왜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렴도 평가결과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비어있는 장흥산단에 기업유치를 하는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장흥으로 귀촌하고 싶은 도시민들에게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정부나 사회단체의 각종 평가에서도 밀려 지원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아직도 지역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반성하기는 커녕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앞으로의 대책도 뼈를 깎는 노력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청렴, 공정, 전문성 외에도 공직자는 반드시 올바르게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행정이 정책결정을 할 때는 누가 혜택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누가 소외되겠는지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서 공직자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깊이 검토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공직자는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 앞을 내다보는 결정인지,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 만큼 정의로운 것인지 마음의 추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공직자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만 합니다. 공직자가 어제 했던 일에 천착해서 좀 더 좋은 행정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공직자가 바르게 깨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공직자가 없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전 동유럽국가인 벨라루시의 수도인 민스크에 출장을 갔을때 경험했던 일입니다. 벨라루시는 소련연방에 속해 있다가 독립을 한 나라로 김태희가 소 먹이고 밭일한다고 할 만큼 그 나라 여성들은 세계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퇴근시간 민스크 거리에서 목격한 장면입니다. 젊은 미시족엄마가 두세살짜리 아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모자(母子)가 과자가게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이가 손으로 과자를 가리키면서 먹고 싶다고 졸라댔습니다. 미시족 엄마는 한참 과자가게 안을 들여다 보다가 아들 손을 이끌고 가던 길은 가는 것을 제가 목격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그 과자는 우리돈으로 500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내 머리를 쿵 때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법이나 제도가 잘못 만들어져서 이렇게 못사는 것은 아니다. 이나라의 헌법이나 법, 제도도 어느 나라보다도 잘 만들어져 있을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단돈 500원도 못되는 과자를 사랑하는 자식에게 사 줄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이 나라 어른들의 책임이다. 결국은 사람이구나....

저는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중국지도자 등소평(鄧少平)의 흑묘백묘(黑描白描)라는 말을 좋아 합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공직자는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범죄행위와 유사하다는 공직윤리를 필요로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행정의 최고가치는 주민복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Q마지막으로 가족관계와 공직자로서 행정철학은?

=가족은 아내와 자녀는 1남2녀를 두었습니다. 아내(홍미랑)는 대학시절에 만난 첫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동지이기도 합니다. 첫째는 큰딸로 나와 같은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갓 한 살된 손주가 있습니다. 이 녀석이 요즘 내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둘째는 아들로 공부중에 있습니다. 막내딸도 역시 대학에서 공부중에 있습니다.

특별히 행정철학이라고 하기 보다는 저는 가슴에 평생 담고 살아온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 공직자로서 바르게 깨어 있는가?, 열정, 청렴, 의리”입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공직자로서 제 언행과 연결되어 있어서 제가 바르게 걷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구설수 한번 오르지 않고 공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영”(戒盈. 넘치는 것을 두려워 한다)과 “꿈꾸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신재춘 향우 걸어 온 길

-1958년생 / 장흥 장평 용강리 219

-장흥 장평초 중학교 / 광주 진흥고등학교

-부산 동아대학교 영문학과 졸

-허경만 전남도지사 비서(6년)

-전남도청 인사팀장/감사팀장/회계감사팀장/공직감찰팀장

세정팀장/규제개혁추진단장/중소기업과장

-2017년 12월 3급(부이사관)명예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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