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나눔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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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나눔의 향기
  • 장강뉴스
  • 승인 2018.01.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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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금(장흥군보건소 건강증진담당)
▲ 김 금 계장

있어야 나눌 수 있는 것이 물질이라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것은 마음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무엇인가 나누어주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닫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신성한 기적이다.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가 지옥의 주민으로 살던 이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나눔을 베풂으로써 천국의 주민으로 바뀌는 기적 말이다. 그렇다. 나눔은 낯선 타인을 친밀한 이웃으로 손잡게 해준다.

그러면 세상은 넓어지고 아름다운 시간의 문이 열리게 되며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따로 각박한 세상을 탓한다. 각박한 세상을 탓하면서 자신의 각박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세상은 더욱 각박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면 각박한 세상도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나눔이나 사랑과 같은 절대가치는 항상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가슴을 열길 기대하기보다 내가 먼저 가슴을 열어야 한다.

성 프란체스코는 어느 날 남루한 차림의 거지를 자기 오두막으로 데려왔다. 그 거지는 눈썹이 다 빠지고 코가 문드러진 나병환자였다. 프란체스코가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고 나자 나병환자는 너무 추우니 당신의 몸으로 자기 몸을 덥혀 달라고 했다. 프란체스코는 망설임도 없이 그 더러운 몸에 자기의 몸을 오랫동안 비벼 덥혀 주었다. 그러다 둘 다 깜박 잠에 빠져 들었다. 새벽이 되어 일어나 보니 침대에서 자던 거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피고름이 흐르던 나병환자의 몸을 감싸고 잤는데도 프란체스코의 몸과 침대에는 더러운 이물질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프란체스코는 즉시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었다 주님과 같이 동침했으니 이 기쁨을 무엇으로 다 표현하리오. 가장 작은 자에게 물 한 그릇을 대접하면 그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예수는 가르치셨다. 프란체스코는 예수의 이 가르침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기보다 큰 존재와 하나되는 신비를 경험하는 은총을 얻은 것이다.

우리는 나눔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가진 소유가 많아야 나눌 수 있다고. 물질적 소유가 없다고 정말 나눌 것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따스한 미소, 사랑의 입맞춤, 긍정의 눈짓, 함께 울어주는 눈물도 물질적 나눔 이상으로 우리가 만나는 상대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꽃향기가 우리를 배부르게 하지 않지만 꽃향기에 취해 생기를 얻고 꽃향기를 들이마시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 않던가!

나눔을 베풀 때는 아무런 사심(私心)이 없어야 한다.

인도의 한 무명시인은 사심없는 나눔을 이렇게 노래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험한 날이 닥쳐오더라도 스스로 험해지지 않는다. 부서지면서도 도끼날을 향기롭게 하는 전단향나무처럼 이처럼 우리의 나눔에 사심이 없으려면 나눔은 우리 안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향기를 내뿜는 꽃이나 나무가 제 몸 안에 풍부하게 고인 향기를 세상을 향해 내뿜듯이 나눔은 우리 안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자비심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나눔일 때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삶의 풍요와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눔의 향기는 또다른 나눔의 기적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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